[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언니, 말 로고 색깔로 구분해야지. 업체명이 똑같이 표시됐어도 우리처럼 말 몸통 색깔이 진한게 진품이에요.”
지난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화장품 편집숍 매장 안, 가게 주인은 마유(말기름) 크림을 구분하는 법을 이렇게 귀띔했다. 15곳 가량 돌아다녀 본 마유크림 매장은 중국 짝퉁 시장을 연상케 했다. 브랜드 로고에 새겨진 말 그림 색깔로 유통업체를 구분해야 할 정도로 유사제품이 넘쳐났다.
일관적이지 않은 판매업체의 유통관리도 문제였다. 배우 이하늬가 광고 모델로 나와 유명해진 ‘클레어스’는 명동 직영점에서 파는 제품과 CJ 올리브영의 제품 패키지가 다르다. 직영매장 제품은 정품을 인증하는 홀로그램 스티커가 붙어 있고, 올리브영 제품은 아무것도 붙어 있지 않았다. 업체에 물어보자 “지난 3월을 기준으로 그 전 제조 상품은 스티커가 붙어 있지 않고, 이후 생산된 제품엔 스티커를 붙였다”고 답했다.
유통 채널별로 가격 차이도 천차만별이었다. 같은 클레어스 제품이라도 명동 직영 매장에선 정가 5만5000원 제품을 30% 할인된 3만8000원대에, 올리브영에선 2만7000원대에 판매하고 있었다. 10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가게에서 만원이 넘게 가격 차이가 나는 셈이다.
가장 불안한 건 품질이다. 마유 함량을 표기한 제품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호오스팻’이라는 말기름의 영어 표기만을 적어놓고, 함량은 누락했다. 게다가 마유 크림인데 말젖보다 ‘쉐어버터’가 더 많이 들어간 제품이 많았다. 인터넷에 많이 올라온 마유크림을 쓰고 좁쌀여드름이 생겼다는 사례가 이해됐다. 쉐어버터는 보습엔 탁월하지만 지성 피부엔 여드름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제품은 100% 마유를 사용한다. 일본에서 처음 마유성분으로 특허를 취득한 손바유사의 제품이 대표적이다. 손바유는 캐나다 서러브레드종 말에서 기존보다 8배나 많은 마유를 추출해낸다. 쓰쿠시노물산연구소에서 오랫동안 연구한 끝에 얻은 기술이다. 국내 업체들은 서로 ‘원조’라고 주장하면서 연구·기술 개발에 뒷전이다. 소송과 비방전(戰)을 이어가는 우리 업체들에게 가장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