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국내 최초 ‘법곤충감정실’ 개소…“곤충 통해 사망시간 추정”

정두리 기자I 2022.05.17 10:30:00

‘법곤충 감정기법’ 본격 도입
변사사건 수사역량 강화 기대
방임·학대, 동물 학대·유기 등에도 지원 가능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경찰이 곤충을 통해 사망시간을 추정하는 법곤충 감정기법을 본격적으로 도입한다.

충남 아산시 소재 경찰수사연구원 내 개소한 법곤충감정실. (사진=경찰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7일 경찰수사연수원에 국내 최초로 ‘법곤충감정실(Forensic Entomology Lab)’을 개소했다.

사망시간은 변사사건에서 정확한 사인 및 범죄 관련 여부 확인을 위한 중요한 단서로, 통상 체온 하강, 시신 얼룩(시반), 시신 경직(시강), 위(胃) 내용물 소화 상태로 사망시간을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오래됐거나 부패한 시신의 경우 기존 방법으로는 사망시간 추정이 어려운 실정이다.

법곤충 감정은 우리나라에서 다소 생소한 영역이나 곤충 종류별로 온도에 따른 성장 속도가 일정하다는 특성을 활용해 시신에서 발견된 곤충의 종류와 성장 데이터 분석을 통해 중장기적인 사망시간 추정이 가능하다. 미국, 유럽 등 주요 해외 국가에서는 이미 보편적인 수사기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4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변사사건에 적용하기 시작해 이후 제한적으로 사건에 활용하고 있으나, 법곤충 전담 감정실이 없고 국내 곤충 전문인력 부족, 한국 계절 및 지역 특성을 반영한 법곤충 데이터 미비로 그동안 수사 활용은 제자리걸음 상태에 머무르고 있었다.

경찰청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2016년부터 5년 동안 법곤충 관련 연구개발을 통해 한국에 서식하는 주요 시식성 파리 3종에 대한 성장데이터를 구축하는 등 법곤충 감정 기반을 마련해 왔다. 이후 2022년 4월부터 추가로 연구개발을 진행해 법곤충 데이터 확대 및 감정기법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날 개소한 법곤충감정실은 법곤충 감정을 통해 사망시간 추정뿐만 아니라 사망한 계절, 시신 이동 및 약물 사용 여부 등 추가적인 수사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더불어 변사사건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 동물에게 발생하는 구더기증(승저증) 분석을 통해 노약자에 대한 방임·학대나 동물 학대·유기 등 다양한 분야에 수사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법곤충 감정기법을 통해 변사사건의 수사역량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국가의 마지막 사회적 책무인 만큼 모든 변사사건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세밀하게 살피겠다”라고 밝혔다.

법곤충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박성환 고려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국가기관 차원에서 법곤충감정실 운영을 환영한다”라며 “앞으로 법곤충 전문인력 양성 및 연구 활성화를 통해 우리나라 법곤충 분야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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