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난문자를 쏟아내면서 재난문자 발송 건수가 지난해보다 18배나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쏟아지는 알림에 피로감을 느낀 시민들은 아예 재난문자를 차단하고 방법을 공유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뿐 아니라 집중호우와 다가오는 태풍철 등 재난상황에서 시민에게 안전 상황을 알리는데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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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올해 재난문자가 발송된 건수가 총 1만 6590건에 달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전체 발송된 건수가 907건인데 비해 올해 절반 가량 지나간 시점에서 이미 18배나 폭증한 것. 특히 1월에 134건이던 발송건수는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린 2월부터 2577건으로 뛰었고, 3월에는 4404건까지 발송되기도 했다.
재난문자는 재난 정도에 따라 △위급재난 △긴급재난 △안전안내 문자로 나뉜다. 위급문자는 국내에 전쟁이 발생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문자로 주로 공습경보나 경계경보가 있을 때 60데시벨 이상의 알림 소리로 발송된다. 긴급재난 문자는 테러나 방사성물질의 누출이 예상될 때 40데시벨 이상의 알림소리로 발송된다.
그 외에는 안전안내 문자로 일반 문자 수신환경으로 발송된다. 이에 안드로이드 휴대전화에선 일반문자와 같이 알림음을 끌 수 있다. 아이폰도 초기엔 재난문자 채널이 다양하지 않아 ‘안전안내 문자’를 보내도 ‘긴급재난 문자’로 발송돼 40데시벨의 알림음 소리내기도 했지만 현재는 알림음을 끌 수 있다.
문제는 재난문자가 수시로 날아드는데 피로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재난문자를 차단하는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털 사이트를 통해 ‘재난문자 차단’이라고 검색만 해도 문자를 차단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블로그나 SNS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재난문자가 발송되면 휴대전화가 일시적으로 먹통이 되는 현상이 나타나 차단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하고 있거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업무처리 과정에서 문자가 와 위험하거나 곤란한 상황에 놓인 경험이 있다는 것.
하지만 이같이 재난문자를 차단하는 현상이 많아질수록 안전 사각지대가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뿐 아니라 집중호우나 태풍으로 하천 범람 위험이나 산사태, 지진이나 쓰나미, 산불 등으로 인한 대피 등도 모두 안전안내 문자로 발송하고 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에는 대피에 1분 1초가 아까울 정도로 시급한 상황에서 시민들이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는 재난문자를 차단한 현황 파악도 어려운데다 사실상 차단을 막을 방법도 없다고 설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안전안내 문자는 일괄적으로 문자를 발송하는 방식으로 방송국에서 텔레비전을 끈 사람을 찾아낼 수 없듯 차단한 사람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또 문자 발송 방식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차단을 막을 방법도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행안부는 재난문자 운영실태, 전문가 자문, 지자체의견 수렴 등을 통해 정부차원의 재난문자발송 매뉴얼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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