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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鋪 모여있는 '다동·무교동' 상권…제2의 롯본기힐스될까

정다슬 기자I 2017.05.22 10:10:00
△서울형 도심 활력 프로젝트’ 1호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중구 다동 일대 전경. ⓒVesna Middelkoo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을 나오면 좁은 골목길을 따라 노포(老鋪·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들이 들쑥날쑥 들어서 있는 서울 중구 다동·무교동 일대. 인근 피맛골은 재개발 사업이 완료되면서 그랑서울·디타워 등 고층 빌딩들이 자리잡았지만, 이 지역은 여전히 재개발 열풍 속에서도 변함없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 지역을 ‘서울형 도심 활력 프로젝트’ 첫 번째 사업지로 선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인근 건물주·상인들이 직접 재원 마련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다동·무교동은 서울의 중심부에 있고 점심 시간대에는 상권이 활기를 띠지만 그 외 시간에는 활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 특성도 분명치 않아 지역 활성화에 대한 필요성이 큰 대표적 도심지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존 도시재생사업이 정부나 지자체가 마중물 사업을 먼저 진행하고 이를 동력으로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이었다면 서울형 도심 활력 프로젝트는 건물주와 상인 등이 재원 마련에서부터 행사 기획까지 참여·추진하게 된다.

일례로 다동·무교동 지역 내 어린이재단은 건물 바로 앞 공공도로에 잔디광장을 조성하기로 했다. 부지 관리도 그동안 중구청에 권한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어린이재단에 위임, 관리하게 된다. 서울파이낸스센터도 비용을 투자해 건물 앞 소규모 공원을 정비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다동·무교동 내 기업과 상인이 회비를 납부해 지역 발전 지역문화행사를 위한 비용으로 사용한다.

서울시는 중구청과 협력해 도시재생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도로시설 정비, 광장 사용허가, 행사 행정 지원 등 행정적 지원을 한다.

서울시는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이르기까지 다동·무교동에 있는 기업·상인들과 지난해 9월부터 총 36회에 걸친 설명회·간담회를 진행했다. 또 11개 대형 건물과는 ‘기업협의체’를 구성해 임의단체로 발족,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오는 24일에는 기업협의체, 상인협동조합, 중구와 다동·무교동의 활성화 및 민간과 공공의 체계적인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한다.

◇주민이 만들어가는 도시재생 ‘타운매니지먼트’ 첫 시도

다동·무교동에 첫 적용되는 서울형 도심활력 프로젝트는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일본의 ‘롯본기힐즈’ 사례를 참고했다. 롯본기힐즈 개발은 약 8만4800㎡에 이르는 구시가지를 재개발한 것이다. 1995년 도시계획 결정 이후 사업이 완료되기까지 약 1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 중 14년은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쓰였다고 한다. 강한 신뢰와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후 사업은 빠르게 추진됐으며 이후 호텔·사무실·공동주택·영화관·TV방송국·미술관·학교·상점 등이 들어선 롯본기힐즈는 방문객이 1일 10만명에 이르는 도심 속 문화명소로 자리잡게 됐다.

진 본부장은 “서울형 도심 활력 프로젝트는 특정 복합개발 건물뿐 아니라 주변 지역과 공동 상권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역과 연계된 문화행사나 프로모션 활동을 벌여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타운매니지먼트’(town management)라는 개념이 들어간다”며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이미 정착됐지만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서울형 도심 활력 프로젝트 첫번째 행사인 ‘무교테라스’는 이날부터 오는 26일까지 점심시간대인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에 진행된다.

이번 행사를 위해 29개 상점들이 기간 내 사용할 수 있는 42만원 상당의 할인쿠폰 등을 자발적으로 1000여장을 발행했다. 25일 목요일 12시에는 무료 식사권 등 큰 폭의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쿠폰 800여 장(4400만원 상당)을 준비해 박 터트리기 프로모션을 열고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증정, 행사의 재미를 더한다. 이외에도 택견 시범, 무사퍼레이드를 선보이는 개·폐막 행사, 다동과 무교동의 역사를 담은 전시회 등이 마련돼 있다.

진 본부장은 “서울형 도심 활력 프로젝트는 시민의 눈높이에서 원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그 효과를 시민이 바로 체감 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도시재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인 새로운 모델로까지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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