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호반, 입주 1년도 안 된 민간임대아파트 '조기매각'…왜?

김나리 기자I 2021.12.07 11:00:00

“종부세만 400억원”…위례호반써밋, 조기매각 결정
예상보다 비싼 가격에 입주민 반발
그러나 매수 원하는 목소리도 높아
“지금 안사면 더 오를까 우려”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최근 입주 약 9개월 만에 임차인들을 대상으로 조기 매각이 결정된 위례신도시 내 민간임대 아파트 ‘위례호반써밋’을 놓고 입주민들 사이에서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소유주인 호반산업이 입주민 예상보다 높게 매각가를 책정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호반산업 측은 임차인 우선 분양 전환이 법적 의무가 아닌 상황에서 주택 구입을 원하는 입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해 이번 매각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조기 매각을 요청한 입주민들은 집값 급등으로 이미 내집 마련이 쉽지 않아진데다 혹여나 사업자 변경 등으로 매각가가 더 높아질 가능성을 우려해 조속한 주택 매입을 원하는 분위기다.

위례신도시에 위치한 위례호반써밋 아파트 단지. (사진=김나리기자)


◇“종부세만 400억원”…위례호반써밋, 조기매각 결정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호반산업은 최근 경기 하남시 학암동에 위치한 위례신도시 민간임대아파트 ‘위례호반써밋’ 입주민들에게 조기 매각 안내문을 발송했다.

위례호반써밋은 지난 2018년 ‘위례 호반가든하임’이라는 이름으로 임차인을 모집했던 4년 단기 민간임대아파트 단지다. 지상 25층 9동, 전용면적 101~149㎡의 중대형 평수, 총 699가구로 구성됐다. 임대보증금은 6억2000만~9억9000만원, 임대료는 월 25만~45만원선으로 올해 2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이번 매각가는 12억~19억원대로 책정됐다. 임대보증금 6억원대인 101·109㎡는 각각 12억900만원, 13억700만원, 임대보증금 9억원대인 147T㎡ 10가구는 19억2900만원에 매각가가 결정됐다. 이에 대해 호반산업은 “시세의 약 8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아파트에서 조기 매각이란 이례적인 일이 발생한 것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호반산업은 위례호반써밋을 일반분양 대신 민간임대 방식으로 바꿔 공급하면서 ‘꼼수 분양’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아파트를 당장 분양하지 않고 임대 뒤 분양 전환하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갈 수 있어서다. 대신 호반산업은 의무임대기간인 4년이 지나야만 주택을 매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해 7·10대책을 통해 4년 단기임대주택·아파트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4년이 지나지 않아도 임차인 동의를 얻을 경우 아파트를 팔 수 있게 돼서다. 정부가 4년 임대를 폐지한 것은 임대사업자들에게 너무 많은 혜택을 준다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였지만 예상치 못한 위례호반써밋과 같은 사각지대가 생겨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호반산업 등 건설사들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면서도 아파트를 조기 매각할 수 있는 혜택을 얻게 됐다.

여기에 일부 입주민들이 하남시청 등에 분양 전환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고 호반산업이 이를 수용하면서 원하는 임차인에 한해 최근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올 들어 높아진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호반 측의 이 같은 결정에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시가 현실화율 인상 등으로 인해 호반산업은 이 아파트 단지에서만 올해 400억원이 넘는 종부세를 부과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가 조정해야” vs “지금이라도 사야”

다만 문제는 매각가가 너무 높다며 일부 입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호반 측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수익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늘어난 세 부담은 임차인들에게 전가했다는 게 주된 반발 이유다. 특히 프리미엄(웃돈)을 주고 명의를 변경해 입주한 임차인들 위주로 거센 반발이 감지된다. 이들을 중심으로 매각가를 낮춰야 한다는 반대 행동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매각을 요구하는 임차인들의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한 입주민은 “그동안 내집 마련을 못할까봐 속을 끓인 것을 생각하면 예상보다 가격이 높게 나왔을지라도 빨리 사고 싶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특히 이들은 지금 매입하지 않는다면 추후 매각가가 더 비싸지거나 우선적으로 매입할 기회가 아예 없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최근에는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4년 단기 민간임대아파트인 판교밸리 제일풍경채 시행사가 자산운용사에 지분을 넘기면서 가구당 매각 단가가 높아지게 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입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한편 정부는 위례호반써밋의 꼼수 분양 사태 이후 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과거 꼼수분양 지적이 나온 이후 업무처리지침을 고쳐 분양주택 건설용지에 짓는 임대주택은 공공기관이 짓도록 하거나 의무 임대기간을 장기간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