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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프리오도 강조한 기후변화…관련 주주제안 최대

권소현 기자I 2016.04.01 11:30:10

올해 정기주총서 기후변화 관련 주주제안 94건
SEC도 투자자 손 들어주는 경우 늘어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지난 2월29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남우 주연상을 받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다섯 번의 도전 끝에 받았다는 사실보다 더 관심을 끈 것은 그의 수상소감이었다. “레버넌트를 촬여한 2015년은 세계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다. 기후변화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 인류가 직면한 커다란 위험이기 때문에 다 함께 나서야 한다”

미국 에너지 기업 주주총회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주주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기후변화와 관련한 주주제안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

31일(현지시간) 올해 미국 기업 정기주총에서 기후변화 관련 주주제안이 94건으로 집계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소비자단체인 애즈 유 소우(As You Sow)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최대 에너지 기업인 엑손모빌과 셰브런의 경우 온실가스 제한으로 수익을 내기 힘든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보다 배당과 자사주매입 등 주주이익 환원에 한도를 없애자는 내용의 주주제안이 올라왔다. 또 지난해 타결된 파리기후변화 협약에서 지구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도 이내로 억제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기업들이 어떤 정책을 도입했는지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안도 나왔다.

체사피크 에너지와 데번 에너지도 주주들로부터 매장량 증가율과 경영진 성과보수를 연동한 정책을 폐기하는 안건을 제안받았다.

사실 그동안 환경단체들은 에너지 기업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방식으로 기후변화가 투자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밝히라고 촉구해왔다. 그동안 주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는 못했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증권 감독당국도 마찬가지다. 보통 주주제안에 대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사전심사를 통해 ‘비조치의견서’(no action letters)를 받을 경우 주총 안건으로 올리지 않아도 된다. SEC는 대체로 기업편에 섰지만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점차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올해 기업이 요청한 주주제안 안건 사전심사에서 SEC는 6건만 기업측 입장을 받아들이고 11건은 거절했다. 로펌인 브레이스웰의 케빈 이윙 파트너는 “SEC 내에서도 기후는 상당히 중요한 정책이슈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기업 경영진들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주주제안을 배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환경단체인 세리즈의 샤나 클리브렌드는 “파리기후변화 협약이 체결된 이후 SEC는 기후 관련 리스크로 인한 투자자들의 이해관계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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