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6월 경상수지는 122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17년 9월(123억4000만달러) 이후 6년 9개월래 가장 큰 폭의 흑자이자, 통계공표를 시작한 1980년 1월 이후 2016년 6월(124억1000만달러)과 2017년 9월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의 흑자다.
상품수지는 114억7000억달러 흑자로 1년 3개월 연속 흑자를 보였다. 2020년 9월(120억2000만달러)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흑자다.
수출이 588억2000만달러로 전년동월비 8.7% 증가했다. 통관 기준 반도체가 50.4%, 정보통신기기가 26.0% 증가하는 등 수출은 9개월째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반도체 수출액이 136억2000만달러로 통계집계이래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수입은 473억5000만달러로 5.7% 감소했다. 두 달째 감소세다. 통관 기준 원자재가 6.6% 줄었고 자본재와 소비재도 각각 4.6%, 15.6% 감소했다.
본원소득수지는 26억9000만달러 흑자를 보여 경상수지 흑자를 뒷받침했다. 두 달째 흑자 흐름이다. 분기배당 지급 영향이 사라지면서 배당소득수지가 23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서비스수지는 16억20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2년 4개월째 적자다. 여행수지와 지식재산권수지가 각각 9억달러, 4억60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올 들어 6월까지 누적 경상수지는 377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21년 하반기(444억6000만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이는 한은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279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글로벌 경기부진 여파로 2022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진 경상수지 흑자폭이 크게 축소됐다가 지난해 하반기 들어 IT 경기 회복에 힘입어 상품수지를 주심으로 경상수지가 빠르게 개선됐다”며 “올 들어서도 양호한 흑자 흐름이 이어지면서 상반기 흑자 규모가 지난 5월 한은 전망치를 크게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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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7월부터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수입이 점차 늘면서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번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컸던 것도 수입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송 부장은 “내수 회복 지연 등으로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승용차를 중심으로 상품 수입이 감소하면서 6월 상품수지 흑자 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6월부터 설비투자가 재개되고 있고, 지연됐던 항공기 도입도 7월 들어오는 모습”이라며 “하반기에는 수입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수입 감소세가 완화된다는 것은 (상품수지) 흑자폭이 상반기에 비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7월 통관 기준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6월에 비해 축소됐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7월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36억2000만달러로 전월(80억달러)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수출이 13.9% 늘었고, 수입도 10.5% 늘어 전월(-7.5%)대비 증가 전환했다.
다만 한은은 하반기에도 경상수지 흑자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송 부장은 “글로벌 경기 호조에 따른 수출 증가세가 계속되고 투자 소득이 양호해 당분간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 경기 둔화 및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가능성 △주요국 통화정책방향 △미국 대통령선거 △중동 분쟁 등이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혔다.
한편 한은은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엔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일부 고용지표나 제조업 관련 지표가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나왔지만, 해당 지표만으론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AI ‘피크아웃’ 우려에 대해선 AI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위축될 정도까진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수출의 양호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