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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황금연휴' 내내 방역위반 집회…애꿎은 시민들만 '우왕좌왕'(종합)

김대연 기자I 2021.08.16 16:35:36

국민혁명당, 14~16일 내내 '1인 걷기운동'
당원과 경찰 간 욕설 실랑이…산발적 충돌
"'걷기 운동' 통제 책임 물을 것…1억 배상"
경찰 '이중 잣대' 논란…"형평성에 어긋나"
도심 곳곳 차벽·펜스·검문…시민 통행 불편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대통령 나와! 길 지나가는 거 막지 마!”

“기자회견 방해한 경찰들을 상대로 각 1억원의 배상을 요구한다!”

광복절 황금연휴인 14~16일 내내 일부 보수·진보 단체들이 서울 도심 곳곳에서 방역당국의 집회금지명령에도 기자회견과 시위 등을 강행하면서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 거센 충돌이 빚어졌다. 서울 광화문 일대 등 도심이 차벽과 펜스로 통행이 가로막히자 시민들은 통행에 불편을 겪었고, 경찰에 검문을 당하자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경찰이 시위단체의 성향에 따라 대응 수위를 달리 하는 모습으로 인해 이번 광복절 집회 대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보수단체는 향후 추가 시위도 예고하면서 앞으로의 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1인 걷기 운동’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지나가려고 하자 경찰들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사진=김대연 기자)
◇3일 내내 집회 참가자-경찰 간 ‘욕설 실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섭게 치솟으면서 16일 국내 신규 확진자는 1556명으로 일요일 기준 ‘최다 기록’이 나왔다. 휴가철까지 겹치면서 ‘4차 대유행’의 고비가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집회 참가자는 마스크를 벗고 다녔고, ‘2m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은 광복절 연휴 기간 내내 ‘8·15 1000만 국민 1인 걷기운동’을 강행했다. 앞서 주최 측은 서울역-남대문-시청 앞-덕수궁-동화면세점 왕복 코스로 다닐 것을 예고했지만, 지난 14일 오전부터 경찰 통제에 막혀 도심에 진입하지 못하고 탑골공원-종로3가역-동대문역 방향으로 코스를 변경해 1인 걷기 운동과 당원 모집활동을 진행했다.

사실상 ‘1인 걷기운동’이 아닌 집회를 벌인 탓에 3일 내내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 간 산발적 충돌이 반복됐다. 1인 혹은 다수가 삼삼오오 모인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휘날리며 정부를 비판하는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국민혁명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8·15 광복절 기념 국민 걷기운동’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4일부터 오늘까지 공동 기자회견을 봉쇄하고 시민 접근을 통제한 경찰의 행위는 불법행위”라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전 목사는 건강상의 이유로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명규 국민혁명당 변호사는 “혜화경찰서 경비과장, 서울청 제8기동단을 상대로 국민혁명당과 국민특검단을 원고로 각 1억원의 배상을 구하는 별도의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지난 14일 오후 4시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전, 광주 등 전국 13개 지역에서 내주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라는 도심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경찰이 이날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주변 도로와 대로변에 배치됐으나 참가자 간 물리적 접촉이나 실랑이는 없었다.

14일 오후 4시쯤 서울 중구 서대문역 근처에서 한미전쟁연습 중단 구호가 적힌 헬륨풍선을 들고 1인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경찰 ‘이중 잣대’ 논란…시민들은 혼란

경찰은 이번 연휴 내내 진행되는 모든 집회·시위를 ‘변형된 1인 시위’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최대 186개 부대와 가용 장비를 총동원하고 시계와 한강 교량, 도심 등 81개소에 임시검문소를 운영했다. 서울경찰청은 “이번 8·15 광복절 집회와 관련해 14~16일에 종로 등 도심권에서 일부 불법집회가 개최됐다”며 “불법집회를 개최한 단체 주최자 및 주요 참가자들에 대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내사에 착수했다”며 엄정하게 사법처리할 것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지금까지 진보단체와 보수단체 집회 대응에 온도 차를 보이면서 이번 광복절 집회 대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경찰이 진보 진영 노동자 집회에는 ‘솜방망이’를 들고 있다가 보수단체가 주로 집결하는 광복절 집회에 ‘원천차단’이라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것이다.

앞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조합원 4000여명은 지난 6월 15~16일 여의도 공원에서 상경투쟁을 했지만 강제 해산 등의 조치는 없었다. 지난달 3일에는 종로구 일대에서 민주노총 시위자 8000여명이 모여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지만, 경찰은 해산조치를 하지 못했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 앞에서 동화면세점으로 향하는 국민혁명당 당원들과 경찰들이 충돌하고 있다. (사진=김대연 기자)
경찰이 진보 성향 단체 시위는 대부분 허용한 것과 달리 보수 성향 단체 집회는 ‘원천 봉쇄’ 움직임을 보이자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영등포구 주민 60대 중반 A씨는 “민주노총은 되고 국민혁명당은 안 되는 기준이 뭐냐”며 탑골공원 인근에서 경찰과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국민혁명당 측은 “매주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탄핵을 위한 국민걷기 캠페인’이 계속될 것”이라며 시위 진행을 예고하면서 앞으로의 혼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한편 참가자들과 경찰 간 충돌이 이어지고 광화문 일대 도로가 막혀 연휴에 외출한 시민들은 이동에 불편을 겪었다. 집회금지 장소에 펜스가 설치 돼 미로 같은 길을 통과해야 하는 시민들은 우왕좌왕하며 시끄러운 소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또 경찰이 신분증을 요구하며 검문하자 마치 죄인이 된 것 같다며 불쾌함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40대 중반 김모씨는 “마을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왜 이렇게 통행을 막아놓고 빙빙 돌아가게 하냐”며 불만을 내비쳤다. 20대 남성 B씨는 “신분증이 없으면 길을 통과할 수조차 없었을 뻔했다”며 “죄인이 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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