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난치병인 ‘근육병(근이영양증)’을 앓으며 지난 2월 대학교를 졸업한 김명경(28)씨가 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김씨는 “매 순간순간이 마치 거대한 벽이 앞에 놓여 있는 것만 같았다”며 “‘초등학교 졸업만 하자’, ‘중학교 졸업만 하자’, ‘고등학교 졸업만 하자’, ‘대학교에 입학해선 이번 학기만 넘기자’, ‘이번 학년만 넘겨 보자’고 자신을 다독였다”며 “그런 시간이 쌓여 비로소 졸업의 날을 맞이하게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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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5살이었던 김씨는 너무 어려 본인에게 찾아온 근육병이 무엇인지도 몰랐다고 전했다. 늘 계단 앞에 서면 절로 한숨이 나오고 조금만 오래 걸으면 다리에 커다란 돌덩이가 얹힌 것처럼 무거워 한 걸음 떼기가 어려웠다. 좀 크고 나서야 근육병이 어떤 병인지 알게 됐고 그것이 “아주 고된 여행의 입구”였다고 밝혔다. 신체적 불편함 외에도 정신적인 소외감도 찾아왔다. 김씨는 “나도 사람들과 분명히 같은 한 동그라미 안에 있는데 그 동그라미는 너무 반듯해 작은 구멍이 하나도 없어서 빠져나갈 수조차 없었다”며 “나는 늘 그 동그라미 바깥에만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김씨가 호흡 재활치료를 받기 시작한 것은 10살 무렵이다. 누군가 젓가락으로 머릿속을 휘휘 젓는 두통이 찾아온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 재활센터 강성웅 교수를 찾아 입원했고 가정용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강 교수에게 꾸준히 호흡기능 추적 관찰과 호흡 재활치료를 받아왔다. 그는 “강남 세브란스병원의 강성웅 교수님을 만나고 나서야 그 통증이 인공호흡기가 필요하다는 첫 신호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교수님은 가장 처음으로 제 두통을 해결해주셨던 ‘약손’ 같은 선생님이었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한 재활치료 과정을 받는 순간에 옆에 있어준 모친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제 곁에 엄마가 계셨기에 지금의 제가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숨을 쉬고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엄마는 저와 늘 같은 시간에서 한 몸으로 살아가고 있을 만큼 저에겐 엄마가 저 자신보다도 더 커다란 존재”라고 말했다.
15학번인 김씨는 지난달 8년여 만에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자가호흡이 몇 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아 강의를 하루에 한 과목 밖에만 듣지 못하는 등의 어려움도 있었다. 재활치료를 받는 과정을 병행해야 해서 휴학 신청을 모조리 써버리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순간 ‘코로나 19’란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되레 그를 돕는 행운으로 작용했다. 비대면 수업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졸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졸업 뒤 풀어질만도 하지만 김씨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라며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미약한 힘이지만 키보드를 두드리고 마우스를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글을 쓰고 싶다”면서 “그 글들의 장르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고 했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본인과 같이 희귀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용기를 전했다. 그는 “난치병을 앓고 계신 분들 그러니까 무거운 시간을 살고 계신 분들도 현재 자신이 가진 병을 마냥 걸림돌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너의 존재가 마냥 아프지 않다고 생각하며 지내면 정말 마냥 아프지만은 않은 존재가 될지도 모르는 거니까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