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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이데일리가 찾은 분향소에는 일반 시민의 추모도 있었지만 교사·예비 교사들의 추모 행렬이 다수였다, 분향소 한켠에 마련된 게시판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같은 동료로서 힘을 내지 못해 미안하다’, ‘남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등의 추모 메시지가 담긴 교사들의 포스트잇이 가득했다. 교사들은 수업이 없는 시간, 점심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추모공간에 들린 뒤 일터인 학교로 발길을 옮겼다.
이날 분향소는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소재 서이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 A씨를 추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극단적 선택의 이유는 현재 조사 중이다. 일각에선 학급 내 학생 간 갈등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 점이 원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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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연차 교사들은 이번 사건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던 일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경기도에서 임용대기 중인 초등교사 정혜승(27)씨는 “아는 분은 아니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고 어떤 학생·학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교사 생활이 갈린다. 운에 모든 것을 맡기는 상항”이라며 “발령 나기 전 이번 사건을 보고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2년차 초등교사 김모(29)씨는 “또래 교사가 이렇게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에 안타깝고 슬프다”며 “이번 사태를 보면서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
선배 교사들은 후배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김수민(46) 교사는 “교사들 사이에서는 기자들이랑 많이 결혼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교권침해가 많다”며 “이번 사건을 보면서 후배 교사가 얼마나 외로웠을지 선배 교사로서 절망감을 느낀다”고 눈물을 훔쳤다. 서울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박모(51) 교사는 “교사들이 교권침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수년째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며 “그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했다면 후배들이 이런 변고를 당하지 않았을 텐데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예비교사들 역시 선배 교사의 극단적 선택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교원대 물리교육과에 재학 중인 김재황(19)군은 “저연차 교사가 돌아가셨다는 게 큰 충격이고 이 일이 동기나 선후배들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느꼈다”며 “이런 상황에서 주변 동기들이 법학전문대학원이나 사교육으로 진로를 트는 경우가 더 늘어날 것 같다”고 했다. 서울교대에 재학 중인 박준휘(23)씨는 “가까운 시일 내 교사가 될 사람으로 바라보니 이번 사건이 남의 일 같지 않고 피해자의 심경이 느껴진다”며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던 부분을 이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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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분향소에서 만난 교사들은 하나같이 교권과 학생인권의 균형을 강조했다. 중학교 교사 김수민씨는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질 때 환영했지만 상대적으로 교권을 돌보지 못했다”며 “학생인권이 잘 지켜지고 있는 것처럼 교권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등학교 교사 이씨는 “아이를 생활지도하면 그것이 아동학대로 돌아온다”며 “학생인권을 존중하는 만큼 교사들의 생활지도권이나 교권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 이후 학생인권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인해 상대적으로 교권이 무너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1월 발표한 ‘주요 교육현안에 대한 2022 국민 교육 여론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심각하다’ 또는 ‘매우 심각하다’라는 응답이 2188명(54.7%)에 달했다. ‘심각’ 또는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한 2188명 중 937명(42.8%)은 교권침해의 이유로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를 꼽았다.
이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시도교육감과 함께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부총리는 21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를 방문해 “학교에서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며 교사들의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현장은 붕괴되고 있다”며 “시도교육감들과 협의해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고 제기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겠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