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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신뢰 통했다…하이트진로, 日기린맥주 아시아 첫 국내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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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기자I 2026.10.12 0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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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공장서 기린 캔맥주 생산 돌입
1년여 검증 거쳐 현지 맛·품질 구현
유통 단축 ‘신선함’ 높이고 공급망 안정화
초도 물량 150만ℓ…내년 75% 생산 목표
20년 파트너십, 전략적 기술 협력 진화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하이트진로가 일본 기린맥주의 대표 브랜드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국내 생산에 나선다. 기린과 자본 관계가 없는 수입·유통 파트너사가 라이선스를 받아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첫 사례다. 하이트진로는 20여 년간 이어온 파트너십을 기술 협력으로 확대해 일본 맥주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공급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7월 일본 기린사와 기술제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이달 첫째 주부터 전북 전주공장에서 기린 이치방 시보리 캔맥주 생산을 시작했다고 12일 밝혔다. 초도 생산 목표 물량은 약 150만ℓ로, 500㎖ 캔 기준 300만개 규모다.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내년에는 국내 전체 판매량의 약 75%를 국내 생산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8일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하이트진로 장인섭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8일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하이트진로 장인섭 대표이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는 지난 8일 앞서 열린 기린 이치방 시보리 국내 생산 개시 간담회에서 “하이트진로는 2004년부터 약 20년 동안 기린 이치방 시보리의 맛과 품질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며 “2025년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데 힘입어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라이선스 생산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어 “기린 고유의 이치방 시보리 제법과 원료·공정·품질관리 기준을 전주공장에 적용해 일본 현지의 맛과 품질을 국내에서도 구현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기술 협정은 단순한 생산 현장의 이전이 아니라 한층 발전된 기술과 품질을 함께 만들어가는 전략적 파트너십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성장하는 일본 맥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망 재편의 성격이 크다. 권광조 하이트진로 프리미엄권역장은 “수익성보다는 안정적인 공급에 더 중점을 둔 결정”이라며 “일본 내수와 해외 시장에서 수요가 늘면서 공급에 제약이 있었던 만큼 국내 생산을 통해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입 맥주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일본 맥주가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배경이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2020~2025년 전체 수입 맥주 시장은 연평균 3% 감소했지만, 일본 맥주를 제외하면 감소 폭은 연평균 12%에 달했다. 반면 일본 맥주는 같은 기간 연평균 72% 성장했다. 기린 이치방 시보리 역시 2025년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하이트진로는 올해도 판매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하이트진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이트진로 김동우 전주공장장, 장인섭 대표이사, 전장우 연구소장, 권광조 프리미엄권역장. (사진=하이트진로).
8일 경기도 용인시 하이트진로 연구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하이트진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이트진로 김동우 전주공장장, 장인섭 대표이사, 전장우 연구소장, 권광조 프리미엄권역장. (사진=하이트진로).
국내 생산의 가장 큰 변화는 공급 속도다. 기존에는 일본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이 운송과 통관을 거쳐 국내에 유통되기까지 통상 약 한 달 반이 걸렸지만, 국내 생산으로 이 기간을 1~2주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국제 물류 상황이나 현지 공급 여건에 따른 변동성을 줄이는 동시에 국내 수요 변화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생산 과정에서는 기린 이치방 시보리 고유의 맛과 품질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린 이치방 시보리는 맥아에서 처음 짜낸 맥즙만 사용하는 ‘이치방 시보리’ 제법이 특징이다. 하이트진로는 기린으로부터 해당 공법과 생산 노하우를 전수받았으며, 효모도 일본 현지 생산공장에서 공급받아 국내에서 배양해 사용한다. 맥아와 홉 등 다른 원재료 역시 기린이 정한 규격과 기준에 맞춰 적용한다.

양사는 1년 이상 기술 교류를 진행하며 국내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전주공장에서 생산한 시험 제품을 일본으로 보내 관능검사와 수치 분석 등을 거쳤으며, 기린이 정한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과정을 세 차례 이상 반복한 뒤 생산 승인을 받았다. 국내 생산 이후에도 양사 기술진이 정기적으로 교류하며 품질을 관리할 예정이다.

권광조 권역장은 “일본에서 완제품을 수입하는 방식보다 운송 기간을 줄여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기린의 제조 기준과 품질 관리 체계를 적용해 기존 제품과 동일한 맛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생산을 위해 별도의 설비 투자나 생산라인 증설을 추진하기보다는 기존 시설을 활용한다. 국내 생산으로 절감되는 물류비 역시 당장 제품 가격을 낮추는 데 반영하기보다는 마케팅과 판촉 활동에 활용할 방침이다. 생산 효율 개선을 판매 확대와 브랜드 경쟁력 강화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이트진로와 기린의 협력은 2004년 기린 이치방 시보리 병맥주 수입으로 시작됐다. 2011년 독점 수입·판매 계약을 체결했고, 2012년부터 캔맥주와 생맥주 등으로 국내 유통 품목을 확대했다. 이번 국내 생산은 20년 넘게 이어온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양사의 협업 범위를 한 단계 넓힌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기린 이치방 시보리를 국내 프리미엄 수입맥주 시장의 성장 동력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권 권역장은 “우선 캔맥주 국내 생산을 안착시키고 공급 효율과 판매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향후 국내외 시장에서 양사의 협력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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