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메리츠증권 벗어나자”...돈 빌린 기업들 이탈 시도

지영의 기자I 2025.01.30 17:20:00

10%대 고금리·무거운 담보 조건...대출자 이탈↑
“메리츠증권 대출 이력, 평판에 독”
고금리 사업모델 한계 마주한 메리츠증권

[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시장 혼란기에 사정이 어려운 기업을 대상으로 고금리 대출을 해오던 메리츠증권의 사업 모델이 한계에 봉착한 모양새다. 메리츠증권에서 자금을 빌렸던 기업 및 사업단이 잇따라 다른 금융권으로 이탈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제주신화월드 운영사인 람정제주개발은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 기존에 메리츠증권 측에서 받았던 대출에 대한 리파이낸싱을 진행 중이다. 이번 조달 규모는 2100억원으로, 선순위 기준 대출 금리는 수수료 포함 기준 약 6.5% 수준이다. 기존에 메리츠증권 측에서 조달했던 총 금리 수준이 10%대에 달해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해 리파이낸싱이 절실한 분위기다.

지난해 10%대 고금리에 기존 대출 상환자금을 조달했던 기업 A사도 주관사를 선정해 자금 재조달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메리츠증권에서 조달했던 자금을 전액 대환할 목적에서다.

A사 대표는 “시장 분위기가 안 좋아 급한 불 끄자는 목적에서 자금을 조달했지만, 메리츠증권과 장기간 거래를 유지할 수가 없다”며 “금리와 담보 조건을 감안하면 계약 유지 기간이 길어질수록 회사 재정건전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어서 (재조달을) 진행 중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에서 자금을 빌렸던 사업체가 다른 금융사로 이탈을 시도하는 사례는 이 밖에도 여러 건이다. 과하게 부담스러운 자금조달 여건을 벗어나려는 시도다. 메리츠증권 측은 계약 시 통상 △수수료 포함 10%대 금리 △계약 이후에도 일정 기준하에 금리를 계속 올리는 ‘스텝업’ 조항 △지분 및 자산 담보 조건 등을 병용해서 계약을 진행한다.

메리츠증권 입장에서는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게서 금융기회를 찾는 만큼 리스크가 높아 혹여라도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한 조건을 촘촘히 거는 셈이지만, 대출 기업 측에는 압박이 극심하다는 평가다.

메리츠증권이 정상적 자금 조달이 어려운 유동성 경색 기업을 주 사업 대상으로 삼는다는 평판이 형성된 점은 대출 기업에도 독이 되는 분위기다. 기관투자가(LP)들 사이에서는 메리츠증권에서 자금조달을 받았던 기업의 자금 재조달 대출 건은 다른 건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LP 고위 투자책임자는 “어려울 때 잡기 쉬운 선택지였겠지만, 메리츠증권 측에서 돈을 받았다는 게 이미지에 독이 되기도 한다”며 “리파이낸싱 딜 제안이 왔을 때 기존 대출기관이 메리츠 쪽이면 재정 건전성이나 사업 모델이 불확실하다는 신호일 수 있어 더 깐깐히 보라고 지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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