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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로이터통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엑손모빌, BP, 셰브론, 쉘, 토탈에너지스 5개사가 지난해 벌어들인 이익은 약 1230억달러(약 163조 1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유가가 폭등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2년(약 1960억달러)과 비교하면 37.2% 줄어든 것이지만, 이를 제외하면 2012년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주주 환원에 쓴 돈은 사상 최고 수익을 올렸던 2022년을 넘어섰다. 5개사는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들에게 1110억달러(약 147조 5300억원) 이상을 돌려줬다. 블룸버그 집계로는 1138억달러(약 151조 2500억원)를 환원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2022년(로이터 집계 1100억달러)를 소폭 웃도는 금액이다.
이에 따라 현금수익률이 대폭 개선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5개사의 현금수익률은 업계 전성기였던 2011~2014년 평균보다 76% 높았다. 당시 국제유가는 ‘아랍의 봄’ 운동과 미국의 금융완화 등으로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사업 환경이 지금보다 훨씬 좋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석유공룡들이 주주들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블룸버그는 “석유공룡 최고경영자(CEO)들은 전체 시장보다 40% 이상 낮게 거래되는 주식 가치를 되살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이들 기업이 팬데믹 이후 주요 개발에 대한 지출을 삭감한 것은 시장 과잉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배당금 및 자사주 매입을 위한 현금 확보 측면도 있다”고 짚었다.
실제 스탠더드푸어스(S&P)500지수에서 에너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월말 기준 4.4%로 10년 전 약 14%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이에 석유 메이저들은 투자자들에게 올해는 작년보다 더 많은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쉘의 최고재무책임자인 시니어드 고먼은 최근 실적발표 자리에서 “우리는 주주들에게 강력한 분배를 보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수익에 대한 완전한 예측 가능성을 약속했다. 셰브론의 마이크 워스 CEO도 지난 2일 투자자들에게 “지정학적 혼란과 경제적 불확실성의 시기에 우리의 목표는 변함없이 더 높은 수익과 더 낮은 탄소를 안전하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는 “기술 부문의 부상, 지난 10년간의 과도한 지출 및 유가 변동성에 따른 실적 악화, 환경에 대한 우려 증가 등으로 석유업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긴 했지만, 연기금과 같은 투자자들은 꾸준하고 장기적인 배당금 때문에 전통적으로 석유 메이저 주식을 보유해 왔다”고 부연했다.
석유공룡들의 설득과 다짐에도 지난해 빅테크들의 주가가 두 배 이상 급등한 데다, 국제유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좌지우지되는 측면이 강해 투자자들에게 쉽게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닛케이는 5대 석유공룡들이 올해에도 높은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줄이면서 화석연료에 더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에 석유공룡들은 화석연료 감소 계획을 완화하고 있다. 실례로 BP는 작년 2월 석유·천연가스 생산량 삭감 목표를 수정했다. 기존엔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계획이었으나 25% 감축으로 변경했다.
한편 석유공룡들이 현금을 대량 쌓아두면서 지난해에는 인수·합병(M&A)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엑손모빌은 지난해 10월 미국 셰일오일의 선구자로 꼽히는 내추럴 리소시스를 595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셰브론도 지난해 5월과 10월 미국 PDC에너지와 헤스를 각각 76억달러, 53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