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거죠? 그렇지!" 혼잣말…가족 살해한 父의 녹음 파일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경기 광명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아내와 10대인 두 아들을 살해한 40대 남성이 구속 기소된 가운데, 첫째 아들의 휴대전화에 범행 당시 상황이 담긴 녹음파일이 발견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2부(김재혁 부장검사)는 전날 살인 혐의로 A씨(45)를 구속기소 했다.

A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8시 10분께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자택에서 아내(42)와 첫째 아들(15), 막내 아들(10)을 미리 준비한 둔기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아내와 10대인 두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40대 A씨가 10월 28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경기도 안산시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특히 첫째 아들의 휴대전화엔 A씨가 “나 죽는 거죠? 그렇지!” 등의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등 범행을 저질렀을 때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첫째 아들은 평소 A씨의 욕설과 폭언이 잦아지자 범행 이전부터 휴대전화 녹음 기능을 사용했다고 전해졌다. 사건 당일에도 첫째 아들은 A씨의 범행 3시간 전부터 녹음 기능을 켜놓고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2020년 6월 회사를 그만두고 별다른 소득 없이 지냈던 A씨는 평소 아내와 잦은 언쟁을 벌였고 자녀들과도 소원하게 지냈다.

그러던 중 A씨는 지난달 3일 첫째 아들이 자신의 슬리퍼를 허락도 없이 신고 외출했다는 이유로 심하게 폭언을 한 뒤, 가족들이 자신을 업신여긴다는 생각에 살해를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어머니와 10대 자녀 등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경기도 광명시의 한 아파트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살해 계획을 시행한 A씨는 사건 당일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를 이용해 집으로 들어갔다.

이어 첫째 아들과 아내, 막내 아들을 차례로 살해한 뒤 인근 PC방에서 2시간 동안 만화를 보았다. 그리고는 집으로 돌아가 “외출하고 들어왔더니 가족들이 숨져있었다”며 119에 울면서 신고했다.

본래 A씨는 가족들을 모두 기절시킨 뒤 베란다 밖으로 던져 자살로 위장하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A씨는 조사 과정에서 “가족들에게 ATM기계처럼 취급당했던 8년 전 기억을 상실했다가 최근 코로나19에 걸리면서 되찾았다”고 말하거나 다중인격장애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대검 통합심리분석 결과, A씨의 진술은 모두 거짓으로 판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