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 최대치에 환율 1480원…수출 증가 효과마저 '무용지물'

김상윤 기자I 2022.09.21 11:00:11

전경련,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대상 조사
원·달러 환율 평균 1424원 전망…최대 1480원
환율 상승 비용부담에 수출 증가도 '무용지물'
"환율 안정 등 금융시장 불안 차단 시급" 강조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만 41억달러(5조7000억원)를 기록하며 6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 상황이 이렇자 올해 연간 무역수지 적자 규모도 역대 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쇄적으로 환율은 최대 1480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예상까지 제기됐다.

그간은 무역수지 적자와 환율 상승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가능했지만,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수출 경기가 악화하면서 경기침체 여파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그나마 수출이 증가세를 보이며 버텨왔던 것도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출이 증가 추세를 보인다 해도 환율이 오르면서 기업들이 원자잿값 부담에 수출 증가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 때문에 산업계 전반에서는 정부가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한편, 규제완화·세제지원 등 기업 경영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역적자→고환율 ‘악순환’ 우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1일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무역수지 및 환율 전망’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올해 연간 무역적자 규모는 281억7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무역수지 적자 규모였던 133억달러와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06억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전경련이 1956년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대 규모라는 설명이다. 전문가 중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300억 달러 이상으로 전망하는 응답한 비율은 40%에 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무역수지 적자 기조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전문가 절반가량(53.3%)이 적자폭 정점을 지난 8월로 관측하는 것을 고려하면 최악의 국면은 넘은 것으로 보이지만, 응답자의 60.0%는 적자 흐름이 끝나는 시점을 내년으로 예상했다. 적자 기조가 끝나는 시점을 평균적으로 내년 2월 초반으로 전망하고 있어 지난 5개월간의 적자 국면이 향후 5~6개월 동안은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7월 이후 국제 원자재 가격이 고점 대비 하락하고 있지만 원자재· 에너지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달러화 강세까지 더해져 수입물가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무역수지 적자가 늘면서 환율 고공 행진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최고가를 평균 1422.7원으로 예상했다. 최고 예상치는 1480원이었다. 전문가 3분의 2는 원자재가격 상승 등 환율로 인한 비용부담이 수출 증가를 상쇄할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국내 수출산업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글로벌 경기 부진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공급망 애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손꼽고 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고환율 기조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무역수지를 다시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드는 복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출 경기 악화…침체 본격화

수출 경기도 보다 악화할 전망이다. 올해 연간 수출액은 6950억달러로 지난해 최대치(6444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수출경기가 급격하게 둔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황 악화와 대중국 수출 부진, 글로벌 긴축과 글로벌 물가상승에 따른 하반기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15대 수출품목 중 컴퓨터, 반도체, 무선통신기기는 하락폭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는 글로벌 수요 둔화에 재고 과잉이 겹치면서 가격 하락이 심화하고 컴퓨터와 IT기기는 글로벌 수요 둔화 영향을 크게 탈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반면 자동차, 이차전지, 석유제품은 수출 증가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는 상반기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해소에 따른 수출 확대 원화약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개선에 힘입어 수출 호조가 기대됐다. 이차전지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 확대와 정책적 지원으로 수출 증가세가 지속할 전망이다. 석유제품은 고유가에 따른 제품가격 상승, 항공유 중심의 수요 회복으로 견조한 흐름이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둬야 할 경제대책으로 환율안정 등 금융시장 불안 차단(28.9%)을 꼽았다. 이외 규제완화, 세제지원 등 기업환경 개선(17.8%), 원자재 수급 및 물류애로 해소(17.8%) 순이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무역수지 적자가 내년 초까지 이어지고 환율도 1400원대로 뛸 것으로 전망되는 등 무역과 환율에 비상이 걸렸다”며 “금융당국은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향후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 세제지원 등 경영환경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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