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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복귀'한 캐머런 전 英총리…보수당, 중도 강화 포석

박종화 기자I 2023.11.14 10:25:40

수낵 총리, 외무장관에 캐머런 기용
''따뜻한 보수'' 외친 온건·실용파
브렉시트 원죄·로비스트 의혹은 부담거리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데이비드 캐머런 전(前) 영국 총리가 전직 총리로선 이례적으로 각료직에 ‘깜짝 복귀’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당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당의 중도적 색채를 강화하려는 리시 수낵 현 총리의 포석으로 해석된다.

신임 외무장관에 기용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전직 총리가 각료 맡은 건 53년만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수낵 총리는 이날 개각을 단행하고 캐머런 전 총리를 외무장관으로 기용했다. 전임 제임스 클레벌리 장관은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대에 대한 비난 등으로 경질된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의 후임을 맡았다.

전직 총리가 퇴임 후 각료직을 맡는 건 영국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1964년 퇴임한 알렉 더글러스-흄 전 총리가 1970년 테드 히스 내각에서 외무장관에 임명된 후 53년 만이다. 특히 2010년부터 6년간 영국 총리를 지낸 캐머런 장관은 2016년 의원직까지 사퇴하며 7년 간 정계에서 물러나 있었다. 이 때문에 영국 정부는 각료가 되려면 현직 의원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맞추기 위해 이날 왕실 도움을 얻어 캐머런 장관을 급히 상원의원으로 임명해야 했다.

◇수낵과 내·외치 분담 전망

FT는 수낵 총리가 정계를 은퇴했던 전임자까지 구원투수로 등판시킨 것을 두고 “총선에 앞서 내각 진용을 강화하기 위한 마지막 주사위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영국에선 늦어도 2025년 초 총선이 실시될 예정인데 집권 보수당은 노동당에 20%포인트 이상 지지율이 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개각은 브레이버먼 전 장관으로 대표되는 강경 보수파를 약화시키고 중도 표심을 모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개각의 핵심인 캐머런 장관과 클레벌리 장관 모두 당내 온건·실용파로 꼽히기 때문이다. 특히 캐머런 장관은 보수당 대표 재임 중 ‘따뜻한 보수’를 부르짖으며 당의 개혁적 색채를 강화했는데 이는 보수당이 13년 만에 정권을 탈환하는 밑거름이 됐다. 로이터통신은 캐머런 장관의 복귀로 전통적 보수당 강세지역인 잉글랜드 남부의 표심을 단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BBC는 캐머런 장관에게 외교를 맡긴 건 경륜이 풍부한 그에게 중동·우크라이나 등 대외 과제를 맡기고 자신은 국내 문제에 집중하려는 수낵 총리의 의중이 담겨 있다고도 설명했다. 마크 하퍼 교통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경험이 풍부한 인물을 외무장관에 기용하는 건 훌륭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캐머런 장관은 총리 재임 시절 영·중 밀월을 이끈 바 있어 최근 경색된 양국 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다만 캐머런 장관 기용에 따른 부담거리도 여전하다.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를 이끈 장본인이란 캐머런 장관의 꼬리표 때문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영국의 EU 잔류를 주장해 당내 보수파의 반감을 사고 있다. 캐머런 장관은 그린실캐피털이란 금융회사의 고문으로 활동하던 2021년 회사가 코로나19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당시 재무장관이던 수낵 총리 등에게 로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노동당은 지난달 수낵 총리가 현상유지를 타파하겠다고 말한 것을 꼬집으며 “(캐머런 전 총리의 복귀로) 13년 보수당 정권의 실패를 만회하겠다는 총리의 우스꽝스러운 주장은 끝났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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