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디자인 기아' 일군 피터 슈라이어…15년 한국생활 접고 퇴임

송승현 기자I 2021.12.17 13:02:52

현대차그룹, 17일 정기 인사통해 슈라이어 사장 퇴임 밝혀
아우디·폭스바겐 등 거치며 세계 3대 車디자이너 반열
'호랑이 코' 그릴 바탕 기아 K시리즈 세단 디자인 완성

현대자동차그룹 디자인경영담당 피터 슈라이어 사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이른바 ‘호랑이 코’(the Tiger Nose) 그릴로 기아(000270)의 세단 K시리즈 디자인을 탄생시킨 디자인경영담당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일선에서 물러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7일 2021하반기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퇴임한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일선에서 물러나 담당분야의 어드바이저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크리스 뱅글, 월터 드 실바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힌다. 1953년 7월 독일(구 서독) 바이에른서 태어나 독일 민헨응용과학대학교(MUAS)과 영국 왕립예술대학교를 졸업했다.

아우디에서 첫 직장을 시작한 피터 슈라이어는 아우디 TT를 비롯해 A6, A3 등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유럽에서 주목받는 자동차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폭스바겐 총괄 디자이너로 자리로 옮겨 5세대 골프 등의 굵직한 디자인을 남기기도 했다.

자동차 디자이너로 이름을 날리던 피터 슈라이어 사장을 주목했던 것은 당시 기아자동차(현 기아) 사장이었던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이다. 2006년 정의선 회장의 삼고초려 끝에 디자인 총괄 책임자로 기아에 합류한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호랑이 코 그릴로 상징되는 K시리즈 세단의 패밀리룩을 완성해냈다. 이 시점부터 기아는 ‘디자인 기아’라는 명성을 얻었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공을 인정받아 2012년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2013년 1월에는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자리를 맡기도 했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이 기아에서 남긴 걸작 중 또 다른 대표 작은 스포츠 세단 ‘스팅어’다. 스팅어는 2017년 출시되기 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17 북미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양산차 최고의 디자인상을 받았다. 또한 스팅어는 이듬해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제품 디자인 부문-수송 디자인 분야 최우수상의 영예를 얻기도 했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2018년부터 현대차 디자인경영담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3년간 근무한 뒤 정든 현대차그룹을 떠나 디자인경영 어드바이저로 물러나게 됐다.

한편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최근 자신의 삶과 디자인 철학을 담은 책 ‘디자인 너머’를 출간하기도 했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출간과 관련해 “한국에서 일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었고 나 자신, 나의 뿌리, 내가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 한국과 독일간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며 “이들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어 있고 어떻게 대비되는지는 디자이너인 나에게 항상 영감을 준다”며 소회를 말했다.

또한 “참여했던 모든 프로젝트를 웃으며 마무리했고 언제나 꿈을 이루려 노력해 왔다”며 “나는 뼛속까지 자동차 디자이너이며 꿈꾸던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항상 행운이라고 여겨왔다”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