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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10명 중 6명 "전공의 업무 강요받았다"

이유림 기자I 2024.08.20 11:22:59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 6개월째
간호사들 "병원측 강요로 전공의 업무 대신"
"교육 시간 1시간 남짓…법적 보호는 못받아"
병원 경영 어려움에 채용 간호사 발령 대기도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의료 공백으로 현장 간호사 10명 중 6명이 병원 측의 일방적인 강요로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정황이 확인됐다. 또 상급종합병원에 채용됐으나 병원 경영 어려움을 이유로 발령이 무기한 연기된 신규 간호사는 약 76%에 달해 간호 인력 충원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회장과 손혜숙 부회장이 20일 서울 중구 협회 서울연수원에서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간호사 법적 문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간호협회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협회 회관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현장 문제 간호사 법적 위협 2차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간호협회는 지난 6월 19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385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실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공백 등을 메우기 위해 시행 중인 ‘간호사 업무관련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은 39%(151개)에 수준이었다. 또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에서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는 1만 3502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조사에 참여한 간호사 10명 중 6명은 병원 측으로부터 전공의 업무를 강요받아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즉,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기관에 근무하더라도 전공의 업무를 강요받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법적인 보호마저 받지 못해 현장 간호사들은 환자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두려움과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업무 수행으로 인해 많은 심적 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 간호사들은 “점점 더 많은 일이 넘어오고 교육하지 않은 일을 시킨다”, “시범사업 과정에서 30분~1시간 정도만 교육한 후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업무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이 따로 없어 수련의 업무를 간호사가 간호사에게 가르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병원들이 경영의 어려움을 이유로 신규 간호사 발령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인력난은 더욱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협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 자료를 재구성해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2019~2023년) 1분기 대비 2분기 근무 간호사 평균 증가율은 크게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은 5년 평균 1334명이 증가했으나, 올해는 오히려 194명이 줄었다. 종합병원 역시 지난 5년 평균보다 근무 간호사 수가 2046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병원급 이상 전체 간호사 증가 인원도 5년 평균의 65% 수준에 그쳤다.

아울러 47개 상급종합병원 중 조사에 참여한 41개 의료기관의 경우 지난해 올해 발령인원을 8390명 선발했으나 지난 13일 기준으로 발령을 하지 못한 신규간호사가 6376명(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31개 의료기관은 간호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예비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올해 실시되는 신규간호사 모집 계획마저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현재 간호사 국시를 앞둔 4학년 간호대생들은 취업 절벽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탁영란 간호협회 회장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서 재차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생명과환자 안전을 위해 끝까지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체계가 너무 허술하고 미흡하다는 것”이라며 “정부 시범사업 지침에는 ‘근로기준법 준수’라고 분명하게 명시돼 있지만 의사 파업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간호사들의 근무 환경은 날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더 이상 간호사에게 희생만을 강요하지 않고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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