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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회계 공시 안 하면, 세액공제 없다…양대노총 탈퇴러시 오나

최정훈 기자I 2023.10.05 10:53:10

이정식 고용장관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 개통…노사관계 이정표”
이달부터 노조 회계 공시해야 조합비 15% 세액공제
산하 조직 공시해도, 상급단체서 안 하면 공제 못 받아
연대책임 성격에 양대노총 탈퇴러시 가능성도…“투명성 제고 취지”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앞으로 회계를 공시하지 않은 노동조합은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특히 상급 단체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산하 조직이 공시했어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다만 정부도 노조의 회계 공시를 검증할 방법이 없어,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회계 공시 시스템 개통 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노조 회계 공시해야 세액공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10월 1일부터 노동행정 종합 정보망인 ‘노동포털’ 내에 마련된 노동조합 회계공시 시스템이 개통됐다”며 “이 제도는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장차 합리적인 노사관계의 새로운 장을 여는 데 획기적인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은 지난 1일 개통했다. 이 시스템은 노조가 회계를 공시해야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의 노조법과 소득세법 시행령과 연계해 운영된다. 개정된 노조법 시행령은 조합원의 알권리 보호를 위해 노조가 회계연도 종료 후 2개월 이내에 게시판 공고 등을 통해 결산 결과를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장관은 노조비 세액공제는 노조 활동을 국민 세금으로 지원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노조의 회계 투명성 요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행 제도는 노조비를 지정기부금으로 분류하며, 납부한 금액의 15%를 세액에서 공제한다. 납부액이 1000만원을 넘으면 30%가 공제된다.

이달부터 연말까지 4분기에 낸 조합비는 다음 달까지 노동포털에 마련된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 홈페이지를 통해 결산 결과를 등록해야 공제받을 수 있다. 다만 시스템 개통 전인 올해 3분기까지 납부한 조합비는 대해서는 회계공시 여부와 무관하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대책임 성격에 양대노총 탈퇴 가능성도

이번 회계 공시제도는 ‘연대책임’ 성격을 가지고 있어 후폭풍이 예상된다. 상급 단체가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산하 조직도 세액공제 대상에서 배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양대노총에 소속된 노조가 회계 공시를 했어도 노총에서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산하 조직으로 하여금 상급 단체 탈퇴를 유도하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대상 노조와 산하 조직은 673곳이다. 이 중 한국노총 및 가맹 노조와 산하 조직이 303곳, 민주노총 및 가맹 노조와 산하 조직이 249곳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상급 단체도 대부분 조합비로 운영하고 있어, 사실상 세제 혜택을 공유하고 있다”며 “노조의 전체적인 회계 투명성과 민주성을 제고하기 위해 상급 단체도 회계 공시하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공시제도가 유예기간 등을 두지 않고 10월부터 급하게 추진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의 성과 중 가장 시급한 것 중 하나가 회계 투명성”이라며 “10월 1일부터 3개월 치에 해당하는 세액공제 15%는 적은 부분이라 시범사업의 성격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회계 공시제도에 대한 실효성 우려도 나온다. 노조의 회계 공시를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이 제도의 목적은 자유적이고 민주적인 노조 운동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성격”이라며 “취지를 왜곡해 엉터리로 공시를 하면 국세청 등에서 확인해서 가산세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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