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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한·멕 경제협정 협상 재개해야”…사실상 FTA인 CEPA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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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I 2026.09.24 17: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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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현지매체 인터뷰서 제도적 기반 구축 강조
멕시코, 韓 등 미체결국 1400여개 품목에 5~50% 관세
USMCA 재검토로 북미 공급망 재편…제조업·농업 개방이 관건

[멕시코시티=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멕시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20년 가까이 교착 상태에 빠진 한·멕시코 경제협정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멕시코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정치적·산업적 부담을 느끼는 점을 고려해 ‘경제협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상품과 서비스 시장 개방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FTA 협상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멕시코가 올해 한국을 비롯한 무역협정 미체결국 제품의 관세를 대폭 인상한 데다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를 계기로 북미 공급망 재편까지 본격화하면서 양국 간 제도적 안전판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멕시코 공식 방문을 계기로 현지 일간지 엘우니베르살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제 이러한 경제협력의 깊이에 걸맞은 제도적 기반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멕시코 경제협정 협상을 재개하고, 사회보장협정 체결과 투자보장제도 개선 등을 통해 양국 기업과 국민이 보다 안정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한-멕시코 관계는 보다 견고한 제도적 기반 위에서 더욱 내실 있고 지속가능한 관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엘우니베르살은 23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경제협정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의미한다. 명칭은 FTA와 다르지만 상품 관세 철폐와 서비스·투자 자유화 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내용은 FTA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자동차와 철강 등 자국 제조업계의 시장 개방 반대가 강한 멕시코의 부담을 고려해 FTA보다 상대적으로 유연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은 2006년 FTA보다 개방 수준이 낮은 전략적경제보완협정(SECA) 협상을 시작해 세 차례 협상을 진행했다. 이후 2007년 8월 SECA를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로 격상하기로 합의하고, 같은 해 12월과 2008년 6월 두 차례 공식 협상을 열었다. 그러나 한국이 중시한 주요 공산품의 관세 인하와 멕시코 정부조달시장 개방에는 멕시코가 소극적인 반면, 멕시코는 한국의 민감 농산물에 대한 즉각적인 관세 철폐를 요구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협상은 2008년 6월 2차 협상을 끝으로 중단됐다. 이후 2012년과 2016년 정상 차원에서 협상 재개에 공감했고 2022년에도 재개를 추진했지만 정식 협상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20년 가까이 멈춰 있던 협정을 다시 꺼낸 직접적인 배경에는 멕시코의 관세 인상이 있다. 멕시코는 올해부터 한국과 중국 등 무역협정 미체결국에서 수입하는 1400여개 품목에 5~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자동차와 부품, 철강, 가전, 섬유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도 대상에 포함돼 현지 진출 기업들의 원가 부담과 가격 경쟁력 저하가 현실화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기업은 멕시코와 맺은 통상협정을 통해 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같은 제품을 수출하더라도 한국 기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를 부담하는 구조다.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현지 생산에 필요한 부품과 소재의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투자 계획을 세우기도 어려워졌다는 애로가 제기돼 왔다.

USMCA 재검토도 경제협정 협상을 서둘러야 할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미국은 멕시코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산 제품의 우회 수출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원산지 기준 강화와 역외 부품 축소를 압박하고 있다. 멕시코 역시 북미 공급망에서 입지를 지키기 위해 무역협정 미체결국에 대한 관세 장벽을 높이고 현지 생산과 부품 조달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통상정책을 바꾸고 있다.

이에 따라 멕시코에 생산기지를 둔 한국 기업은 이중 부담을 안게 됐다. 한국에서 들여오는 부품과 소재에는 멕시코의 관세가 붙고, 멕시코에서 생산한 완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할 때는 강화된 USMCA 원산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경제협정이 체결되면 한국산 부품과 소재의 관세 부담을 낮추고 양국 간 공급망을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멕시코는 탄탄한 제조업 경쟁력과 풍부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북미와 중남미 경제를 잇는 중요한 축”이라며 “현재 500여개의 한국 기업이 멕시코에 진출해 현지 투자와 고용,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어 양국의 경제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기업에 멕시코는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북미와 글로벌 시장을 잇는 중요한 전략적 교두보”라며 “한국의 기술력과 제조 역량, 경제 발전 경험을 멕시코의 우수한 인재와 제조 기반에 결합한다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함께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를 국빈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3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펠리페 앙헬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멕시코를 국빈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3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펠리페 앙헬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한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멕시코도 한국과 협력할 유인이 적지않다.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플랜 멕시코’를 통해 반도체와 항공우주, 전기차 등 첨단산업 투자를 유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세계적인 자동차 생산 역량과 공급망을 갖춘 멕시코와 전기차 배터리·부품 분야의 경쟁력을 가진 한국이 협력한다면 큰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타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멕시코에서는 자동차·철강 등 제조업계가 한국산 제품의 시장 확대를 경계한다. 한국 역시 멕시코산 돼지고기와 쇠고기, 아보카도·포도·망고·감귤류 등의 관세가 낮아질 경우 국내 양돈·과수·시설채소 농가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양국이 경제협정이라는 비교적 유연한 틀 안에서 민감 품목의 개방 속도와 범위를 조절할 수 있느냐가 협상 재개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정상회담에서 실무협상 일정과 상품 양허 범위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돼야 20년간 반복된 ‘협상 재개 공감’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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