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왕사남)’로 1692만 관객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흥행몰이에 성공한 장항준 감독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왕사남의 성공으로 달라진 것이 있느냐고 묻자 “이제는 하고싶지 않은 일을 안 해도 되는 정도”라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었다. 차기작 선별을 위해 칩거에 막 들어간 그를 지난 14일 서울 중구 KG사옥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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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감독은 한 사람의 창작자로 성공하기 위해 중요한 것으로 ‘공감을 얻는 것’을 꼽았다. 그의 작품 속에서 평범한 사람이 우연히 혹은 어떤 계기를 만나 큰 역할을 맡게 되는 것도 장 감독의 취향이자 공감을 얻기 위한 하나의 도구다.
하지만 대중들의 공감을 실제로 끌어낸다는 건 쉽지만은 않다. 장 감독은 작품으로 대중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 그는 어릴 적부터 심리학책이나 소설을 많이 읽어왔고, 사람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버릇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평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상대방을 관찰하고 그에게 이런 부분이 있다면 재미있겠다고 이야기를 상상한다는 것이다.
작품 속에서 유머코드가 실제 작동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왕사남은 물론 과거 ‘라이터를 켜라’, ‘귀신이 산다’ 등에서 특유의 유머코드를 선보였던 장 감독은 “사람 웃기는 일이 제일 힘들다”면서 “코미디는 타고 나는 것이므로 아무리 좋은 시나리오라도 배우가 잘 하지 못하면 편집되기 마련이다. 나와 잘 맞는 배우들과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공을 배우들에게 돌렸다.
“나는 낙관적인 사람..흥행 여부도 영화감독의 숙명”
장 감독은 스스로를 두고 “다른 감독에 비해 평지풍파가 없었던 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1996년 ‘박봉곤 가출 사건’ 각본으로 데뷔한 그가 개봉한 모든 작품이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기에, 아주 굴곡이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그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워낙 낙관적인 성향 덕분이다.
장 감독은 본인 스스로는 물론 아내인 김은희 작가를 두고 복받은 사람들이라고도 말한다. 글을 쓰고 영화를 찍는 일은 말 그대로 육체적 노동을 통해 밥벌이를 하는 일보다 힘들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죽을 힘을 다해 일해도 입에 겨우 풀칠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일한 만큼 돈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우리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몸을 낮췄다.
영화감독으로서 작품 흥행이 되지 않을 때면 좌절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영화감독의 숙명같은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원래 스트레스나 불안이 별로 없는 편이기도 하지만 뭔가 이겨내야겠다는 마음으로는 오히려 오래 못버티는 것 같다. 어부가 고기 안 잡힌다고 바다에 나가지 않는 게 아닌 것처럼 그냥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너무 좋아하니까, 영화감독은 영화를 찍기 위한 삶을 사는 사람이니까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좋다. 촬영장에서는 늘 웃으면서 일한다”며 활짝 웃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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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5회를 맞은 W페스타에서 나눌 장항준 감독 만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어릴 적부터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던 장 감독은 그저 ‘어른들이 환영하지 않는, 공부 못하고 말 많은 어린이’였던 본인이 어떻게 지금의 고지에 올랐는지를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과의 대담에서 이야기할 예정이다.
장 감독은 “아마도 내 또래 중에서는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는 것을 잘 하는 편이었을 것 같다”라며 “누군가 어떤 업계에서 이름을 알릴 만한 정도가 됐다는 건 사실 대단한 성과를 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결국 자기 장단에 춤을 춰야 한다. 남의 이야기에 휘둘리지 말고 본인의 의지대로 살라는 이야기”라며 자신의 딸에게도 늘 스스로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다만 “스스로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지에 관해 묻자 장 감독은 “많아봤자 세 작품 정도이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봉준호 감독이 언젠가 이야기했듯 죽을 때까지 영화 10편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나이가 있는 만큼 감독으로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기왕이면 오래하고 싶지만 앞으로 세 편 정도라면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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