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입양인이 입양 기관과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불법 입양 관련 첫 소송으로, 입양 기관 측이 후견 직무를 방기했다고 판단한 법원의 첫 사례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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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고(홀트)는 원고에게 1억원을 지급하고 소송 비용 역시 피고가 부담하라”고 밝혔다.
신씨는 3세이던 1979년 누나와 미국에 입양됐지만 양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했고 1986년 파양됐다. 그는 시설을 전전한 뒤 1989년 미국의 또 다른 가정에 재입양됐고 16세에 다시 파양됐다. 두 번째 양부모는 1992년 학대 등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2019년 2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두 번째 양부모는 자신의 머리를 벽에 박고 식기구 등으로 폭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부모의 집에서 쫓겨난 뒤 한국에서부터 함께했던 한글 성경책 등을 찾기 위해 집에 침입한 적 있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신씨는 미국 시민권을 제대로 신청하지 못했고 2015년 영주권 재발급 과정에서 청소년 시절 범죄 전과가 발견돼 2016년 11월 한국으로 강제추방됐다.
신씨는 2019년 1월 홀트와 한국 정부를 상대로 2억여원을 배상하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홀트가)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등 후견인으로서 보호 의무와 국적취득 확인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의무를 다했다면 원고가 성인이 될 때까지도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해 강제 추방되는 결과가 초래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배우자, 자녀들과 미국에서 함께 거주할 수 없게 돼 수십 년간 살아온 삶의 터전을 상실한 원고가 겪을 정신적 고통은 매우 클 것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홀트 측은 소멸시효 10년이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씨가 미국에서 추방된 2016년 11월부터 시효가 시작된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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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호적은 가족 정보란에 부모가 없다고 표시한 것으로 이 경우 입양 기관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아이를 국외로 입양 보낼 수 있다. 호적상 고아로 등록되면 부모 동의 절차가 생략되기 때문이다.
신씨의 친모는 1978년 신씨를 한 영아원에 입소시켰고 영아원장은 해외입양이민승낙서에 신씨를 무적자(고아)로 기재했다. 이후 홀트는 신씨에 대한 기아발견 보고 후 대리입양 방식으로 입양을 진행했다.
신씨는 홀트가 자신의 본명 등을 알고 있음에도 친부모를 찾으려 하지 않고 허위로 기아발견 보고를 한 뒤 무적자로 취적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당시 아동카드 기록 등을 보면 신씨를 보육원에 맡긴 부모가 양육을 포기하려 한 것을 짐작할 수 있고 무적자 취적에 앞서 친부모를 찾기 위한 기관의 의무도 2005년에 명시화됐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신씨가 제기한 정부에 대한 배상 요구에는 “아동의 입양에 관한 요건과 절차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권익과 복지를 증진해야 하는 일반적인 의무를 부담한다”면서도 “이는 특정 당사자가 직접 권리침해 또는 의무 위반을 주장할 사안으로 볼 수 없다”고 기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고의 또는 과실로 홀트의 관리·감독 의무를 위반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신씨는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에 있는 자녀들과 가까이 있기 위해 멕시코에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씨의 소송대리인인 김수정 변호사는 선고 후 “홀트의 불법 책임을 인정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며 “불법 국외 입양을 주도해 관리하고 계획·용인한 국가 책임이 인정되지 않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신씨와 논의 후 항소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