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예산인 피복비는 직원의 작업복·유니폼 구입에 사용해야 하는데 일부 부서는 방독면·자원봉사자 티셔츠까지 피복비로 구매해 부적절한 예산 집행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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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직원 매년 피복비 지원 ‘차별 조성’
12일 교육청에 따르면 인천교육청 소통협력담당관실 영상·사진 촬영 직원들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피복비로 30만원 상당의 고급 패딩 점퍼(오리털 소재 등)를 1벌씩 사입었다. 교육청 전체 부서 중 매년 피복비로 패딩 점퍼를 구입하는 부서는 소통협력담당실이 유일하다.
2016년까지 이 부서의 촬영담당 직원 2명은 1년에 점퍼 1벌씩을 피복비로 샀다. 각 30만원 상당으로 연간 60만원의 예산이 점퍼 구입에 지출됐다.
2017년에는 촬영 직원이 1명 늘어 전체 3명분 피복비 90만원(1벌당 30만원)이 점퍼 구입비로 쓰였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도 촬영 직원 3명의 피복비가 매년 90만원(30만원×3명)씩 점퍼 구입에 들어갔다. 한 직원이 이 부서에서 3~4년을 근무하면 공짜로 고급 점퍼를 서너벌씩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직원들은 매년 부서장의 승인을 받아 법인카드로 점퍼를 구입하며 피복비를 집행했다. 이 부서의 피복비 지원은 겨울철 야외촬영 직원의 방한을 위해서인데 한 번 사면 2년 이상 입을 수 있는 패딩 점퍼를 매년 사줘 논란이 됐다.
통상 피복비가 지원되는 공무원 민방위옷과 사회복무요원 근무복은 교육청으로 발령될 때 1차례만 사준다. 겨울철 야외 근무가 많은 시설직 공사감독 직원들은 교육청 예산집행지침에 따라 2년에 1벌씩만 방한점퍼를 피복비로 구입할 수 있다. 공사담당 공무원의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피복비를 1년마다 지급하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청은 소통협력담당관실 직원에게는 매년 점퍼 구입 피복비를 지급하며 차별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소통협력담당관실에서 패딩 점퍼를 피복비로 구입했지만 문제가 있어 보여 올해는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며 “예산을 아껴 인천교육을 홍보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피복비로 방독면·티셔츠 구매…예산집행 ‘엉망진창’
이 외에 인천교육청 학교보건팀은 피복비를 캠페인 티셔츠 구입에 쓰고 일부 지역교육청은 직원 방독면 등을 구매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 지침 위반이다. 피복비는 직원에게만 지원할 수 있는데 해당 팀은 학부모·학생 등에게 피복비를 지급했기 때문이다.
교육청 학교보건팀은 2017년 8월 학생마음건강 캠페인을 하며 학부모 자원봉사자 24명분의 티셔츠(70여만원)를 피복비로 구입해 나눠줬다. 또 인천 서부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는 도성훈 교육감 취임 뒤인 2018년 10월 교육감기 초등학생육상경기대회를 주관하며 심판·운영진과 자원봉사 학생에게 티셔츠를 494만원어치 사서 제공했다. 인천교육청이 해당 예산을 지원했지만 모두 규정에 어긋나게 집행됐다.
서부교육지원청 학교운영지원과는 2016년 12월 화재 등 비상상황에 대비해 방독면 11개(57만원)를 피복비로 샀다. 옷이 아닌 물품은 피복비로 구입할 수 없는데 해당 부서는 지침을 무시하고 피복비를 집행했다.
직원들의 지침 위반으로 피복비 낭비 사례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인천교육청 감사관실은 자체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뒷짐만 지고 있었다.
인천지역의 한 학부모는 “시민 세금인 피복비를 교육청이 무책임하게 쓰는 것 같다”며 “우리가 낸 돈은 학생들 공부 잘 시키라고 준 것이지 직원에게 패딩 점퍼를 사주고 티셔츠를 구입해 학생·학부모에게 나눠주라고 준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돈이 넘쳐서 그런거면 세금을 덜 걷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피복비 집행 문제가 언론을 통해 지적돼 조사에 착수했다”며 “예산 낭비 사례가 발생하지 않게 꼼꼼히 조사하고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설명했다.
예산과 관계자는 “소통협력담당실의 패딩 점퍼 구입은 일반 피복비로 집행하는 것이어서 해마다 구매할 수 있다”며 “하지만 공사담당 직원의 방한복은 시설부대비의 피복비 집행지침을 적용하기 때문에 해마다 구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서마다 피복비 집행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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