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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이 거닐던 경복궁 '향원정' 3년 만에 제모습 되찾았다

김은비 기자I 2021.11.05 13:49:55

지반 강화 위해 완전히 해체 후 조립
취향교 남쪽서 북쪽으로..아치형 복원
내년 4월부터 내부 특별관람 예정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경복궁 내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건천궁 앞 향원정과 취향교가 3년 만에 복원을 마쳤다. 향원정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내는 향원정과 취향교는 과거 왕과 왕비의 휴식처로 이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이다. 특히 건천궁로 거처를 옮겼던 고종과 명성황후는 이곳에서 궁궐을 찾아온 사신들과 만담을 가졌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오랜 시간에 낡고 기울었던 향원정과 한국전쟁으로 파괴됐던 취향교는 이번 복원으로 원래의 자리와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3년 만에 복원을 마친 경복궁 향원정 모습(사진=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경복궁 향원지의 향원정과 취향교 복원을 기념해 5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향원정 내부와 취향교를 공개했다. 정현정 궁능유적본부 복원정비과 주무관은 “향원정 권역 복원 공사가 경복궁의 가치와 역사성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취향교는 이번 복원으로 옛 사진에 나타난 모습 그대로를 찾았다. 이전에는 돌기둥에 평평한 나무를 얹은 평평한 다리였다면, 복원을 통해 아치형 나무다리로 바뀌었다. 눈길을 끄는 건 나무 색깔이다. 흰색으로 칠한 나무는 얼핏 멀리서 보면 철제 구조물 같아 보이기도 한다. 정 주무관은 “흰색 나무가 낯설어 보일 수 있지만, 건천궁이 지어지던 고종때는 건축에도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다양한 방식의 재료들이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본래 자리도 찾을 수 있었다. 취향교는 건천궁에서 향원정으로 건너갈 수 있는 다리로 북쪽에 세워졌다. 하지만 한국전쟁 때 파괴된 후 1953년 관람 편의를 위해 본래 위치가 아닌 향원정 남쪽에 세워졌다.

향원정은 건물이 전반적으로 기울고 목재 접합부와 기단 등이 헐거워 2018년 11월부터 보수됐다. 궁능유적본부는 향원정을 완전히 해체한 뒤 다시 조립했고, 섬 둘레에 있는 석축을 정비했다. 나무 부재는 10∼20%를 교체했으며, 건물 하부 지반을 보강하기 위해 말뚝 799개를 박았다. 발굴조사를 통해 1층에 있던 도넛형 온돌도 찾아냈다. 온돌은 보통 밭고랑이나 부챗살 모양으로 고래(구들 밑으로 난 연기가 통하는 길)를 설치하는데, 향원정은 가장자리를 따라 고래를 둬 난방이 바깥쪽을 중심으로 이뤄졌음이 드러났다.

이번 복원 공사를 통해서 향원정과 취향교의 건립 시기를 알 수도 있었다. 그간 향원정과 취향교는 정확한 창건연대 기록이 발견되지 않았다. 1887년(고종 24) ‘승정원일기’에 ‘향원정’이라는 명칭이 처음 등장하면서 건립 연대를 1887년 이전으로 추정해 왔다. 이번 공사에서 실시한 목재 연륜연대조사를 통해 1881년과 1884년 두 차례에 걸쳐 벌채된 목재가 사용된 것이 확인됐다. 이에 문화재청은 향원정 건립 시기를 1885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궁능유적본부는 단청 안료에 대한 조사를 추가로 시행하고, 내년 4월부터 내부를 특별관람 형태로 공개할 예정이다.

향원정과 취향교 옛 사진(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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