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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스페인의 역사를 소개한 신문 기사로부터 모티브를 얻었다. 스페인 정부와 시민사회, 가톨릭 교구가 맺은 ‘망각의 협정’을 주제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순례자들이 휴식을 취하는 숙소인 알베르게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산 정상에 있는 쿠루스 데 히에로(철 십자가) 아래 소원을 적은 돌을 놓으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로 순례자들 사이에서 유명해진 폰세바돈에 위치한 알베르게. 이곳에 은퇴한 외과 의사인 호세와 그의 딸 마리아가 방문한다. 호세는 알베르게의 호스피탈레로(자원봉사자) 까밀라를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오래전 인연과 당시의 기억을 떠올린다.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려 하지 않는 인물과 떠올리게 하려는 인물의 대립을 통하여 관객들은 진실의 조각을 찾아간다.
스페인의 정서를 한껏 담아낸 작품은 그동안 뮤지컬 무대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플라멩코와 집시 음악을 선보인다. 노래 가사와 대사 일부는 스페인 작가 후안 라몬 히메네스의 시를 차용해 이국적인 정서를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극의 중요한 매력 포인트가 되는 플라멩코는 인물들 간의 심리적 대립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등장한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안재승은 ‘청구서’로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됐다. 뮤지컬 ‘찌질의 역사’(극작·연출), ‘영웅’(2019년 연출), ‘명성황후’(2021년 연출), ‘사물의 마음’(극작) 등에 참여했다. 이하은 작곡가, 한선천 안무가, 이엄지 미술감독, 나한수 조명 디자이너 등이 창작진으로 참여한다.
까밀라 역에 신의정, 호세 역에 한지상, 페넬로페 역에 소정화, 세실리아 역에 나하나, 마리아 역에 이지수, 파블로 역에 백진욱, 박두호 등이 출연한다. 티켓 가격 전석 3만원. 국립정동극장 홈페이지,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