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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설 연휴 전인 지난 24일 기준 환율은 1431.15원에서 마감했다.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환율은 단기간에 30원가량 하락한 것이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트럼프 취임 전 110포인트를 상회했지만 최근에는 107포인트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달러화는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간밤 올해 첫 FOMC에서 정책금리를 4.25~4.5%로 동결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9월 전격적인 ‘빅 컷’(50bp 인하)으로 금리 인하 사이클을 개시한 뒤 11월과 12월에는 통상적인 25bp(1bp=0.01%포인트)씩의 인하를 결정했다. 세 번 연속 인하를 통해 금리를 총 100bp 끌어내린 뒤 네 번 만에 동결 모드로 진입한 것이다.
이번 FOMC 정책결정문에서 노동시장 여건은 ‘완화’에서 ‘여전히 견조’로,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 유지’에서 ‘낮은 수준에서 안정화’로 변경됐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향해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고쳤다.
금융시장은 FOMC 성명이 발표된 직후 ‘인플레이션 진전’ 대목이 삭제됐다는 점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이 대번에 일중 고점을 찍는 등 성명을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달러인덱스도 108포인트를 상회하기도 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오는 3월 금리 인하도 어려울 것으로 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의 오는 3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78.0%로 반영하고 있다.
유럽, 캐나다 등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반면 미국이 동결하며 고금리를 이어간다면 글로벌 자금은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쏠리면서 달러화를 사들이려는 움직임이 강해진다. 그렇게 되면 결국 달러화는 강해지고,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하락하면서 환율은 올라가게 된다.
국내 외환시장은 설 연휴로 인해 휴장인 만큼 이번 FOMC의 ‘매파적 동결’ 결정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다음날(31일) 개장과 동시에 이 이벤트를 흡수하며 환율은 급등할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관련해 “어떤 정책들이 실제로 실행될지 지켜보는 단계”라며 “관세·이민·재정정책, 규제와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관세정책과 감세정책, 이민자 정책이 실제 어떻게 실행되고,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연준의 추가 인하 회의론을 키우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공개 발언을 통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연준의 정책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인 요인이다.
트럼프는 FOMC 결정이 난 지 두 시간 만에 올린 글에서 연준이 “그들이 만들어낸 인플레이션 문제를 막는 데 실패했다”면서 연준은 나아가 “은행 규제에서도 일 처리가 끔찍하다”고 혹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독립성 흔들기가 지속될 경우 시장에 불확실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