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들은 정부의 상법 개정 계획에 대해 △현행 법체계를 훼손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벗어나며 △형법상 배임죄 처벌 등 사법 리스크가 막중해지고 △자본 조달이나 경영판단 같은 일상적 경영활동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무리하게 법을 개정한다 해도 개정된 법 조항을 통해 소수주주 보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먼저 상법 개정안은 회사와 이사 간의 법적 위임관계에 혼란을 초래한다고 꼬집었다. 주주총회에서 이사가 선출되면 이사는 법적 위임계약을 회사와만 맺고 이 계약에 따라 이사는 회사의 대리인으로서 충실의무를 부담한다. 반면, 주주와는 직접적인 위임관계가 없는데 만일 상법을 개정해 주주와 이사 간 대리인 관계를 인정한다면 기존 법체계에 큰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을 별개의 개념으로 병렬적으로 규정한 해외 입법례도 찾기 어렵다고도 설명했다. 미국의 일부 주(州) 회사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에 회사와 주주를 병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회사이익=주주이익’을 의미하는 일반론적 문구에 불과하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이사 충실의무를 확대할 경우, 기업의 신속한 경영판단을 막아 기업 경쟁력이 저하되고 경영권 공격세력에게 악용되는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이나 이사회의 정당한 의사결정을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결정’으로 왜곡하고 부당하게 책임을 추궁할 수도 있다. 신주발행이나 신주인수권부사채, 전환사채 발행도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을 가져온다고 문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도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또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글로벌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이 증가하는 추세인 만큼 상법 개정이 자칫 이들만 유리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사주 처분이나 이익잉여금 유보 등의 결정을 소수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것이라고 왜곡하며 경영권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우리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활용되는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 등 마땅한 경영권 방어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이사회의 경영판단에 대해 일부 주주들이 충실의무 위반을 빌미로 이사를 배임죄로 고발할 가능성이 커진다고도 했다. 이로 인해 기업의 사법 리스크가 증가하고 각종 소송에 시달리면서 결국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끝으로 경제단체들은 현행 소수주주 보호를 위한 각종 조치가 이미 마련되어 있으므로 법체계 훼손까지 감수하며 상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물적분할시 반대주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최대주주 지배권 남용을 위한 사전 및 사후규제, 형법상 배임죄 규정 등 소수주주에 대한 권익 보호와 대주주에 대한 견제 장치가 이미 충분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