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복마전 들통난 체육단체들, 선수들에 부끄럽지 않나

논설 위원I 2024.11.13 05:00:00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체육회 물품 후원을 외부에 요구하는 등 여러 부적절한 처사가 확인됨에 따라 결국 직무정지 단계에 이르렀다. 국무조정실 합동점검단의 수사 의뢰 절차에 이어 문화체육관광부가 그제 직무정지를 통보한 데 따른 결과다. 이번 조치로 인해 이 회장은 수사기관의 결론이 내려질 때까지 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 그가 국내 전체 체육계를 대표하는 것은 물론 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매우 충격적인 사태다. 모든 문제를 떠나 우리 체육계로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합동 점검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 내용을 살펴보면 이 회장이 그동안 체육회 운영에서 얼마나 전횡을 일삼았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특정인을 국가대표 선수촌 관리직원으로 채용시키려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체육회 물품 구입비를 대납한 체육회 산하단체 회장을 올해 파리 올림픽 관련 중요 직위에 임명하기도 했다. 파리 올림픽 참관단으로 98명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체육회와 전혀 관계없는 자신의 지인 5명을 포함시키기도 했다니 체육회 회장 자리를 이용해 멋대로 선심을 쓴 셈이다.

문제는 체육단체의 일탈 행위가 대한체육회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문체부의 조사 결과 배드민턴협회와 축구협회에서도 유사 사례들이 적발됐다. 특히 김택규 배드민턴 협회장의 경우 정부 지원사업 진행과정에서 직원들이 모르게 1억 5000만원 규모의 후원물품을 받는 구두계약까지 맺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가 김 협회장의 해임처분을 요구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축구협회 정몽규 협회장에 대해서도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 요구가 전달됐다.

체육단체가 이처럼 일부 인사들의 전횡에 의해 움직이면서 구석구석 위법 행태가 만연해 있다면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정부의 체육단체에 대한 연쇄적 감사 조치가 불가피했다고 여겨진다. 연간 4200억여원의 예산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 대한체육회는 물론 체육단체 역시 상식과 원칙에 맞도록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 우리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것 못지않게 내부 운영도 규정에 맞춰 이끌어가야 한다는 얘기다. 특정 개개인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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