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동관의 '항공엔진 국산화' 승부수…"2032년 매출 2.9조"

김은경 기자I 2024.07.01 11:00:00

美 코네티컷서 ‘퓨처 엔진 데이’ 개최
“거의 모든 민항기에 한화 부품 들어가”
엔진 ‘미래 먹거리’…독자 개발 꿈 성큼
경남 창원, ‘한국판 항공 앨리’ 중심지로

[체셔(미국 코네티컷주)=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한화그룹이 항공엔진 기술 국산화에 속도를 낸다. 항공엔진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책임진 김동관 부회장이 진작부터 공을 들여온 분야다. 전 세계 단 6개 국가만이 독자 엔진을 보유한 고난도 기술로 진입 장벽이 매우 높지만, 메이저 제조사가 포진한 현지에서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쌓아 올려 100% 국산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미국법인(HAU)은 지난 25일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현지 기업, 주정부 관계자 등과 ‘퓨처 엔진 데이’ 행사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HAU는 2019년 9월 코네티컷주 항공엔진 부품 업체인 이닥(EDAC) 지분 100%를 약 3억달러(약 4100억원)에 인수해 출범했다.

‘항공 앨리’란 별칭이 붙은 코네티컷은 프랫앤드휘트니(P&W), GE 등 항공엔진 제조사를 중심으로 수백 개의 부품 공급사들이 클러스터를 형성한 글로벌 항공엔진 산업 중심지다. 코네티컷 항공엔진 제조업은 2022년 기준 연간 66억달러(약 9조1000억원)의 국내총생산(GDP)을 창출하고 1만55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미국 전체 항공엔진과 부품의 약 4분의 1이 코네티컷에서 나온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사진=한화그룹)
◇美 진출 5년, 항공엔진 생태계 핵심 일원으로

이곳에 진출하며 글로벌 항공엔진 부품 사업에 도전장을 낸 HAU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매출 2521억원을 기록하며 법인이 출범한 2019년(2100억원) 이후 5년 만에 약 20% 성장했다. 네이트 HAU사업장장은 “현재 운항하는 거의 모든 민항기에 HAU에서 만든 부품이 들어간다”며 “디스크·블레이드·회전축 등 엔진 회전부에 사용하는 부품부터 케이스처럼 고정된 부품들, 나아가 엔진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공구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한다”고 했다.

항공산업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1978년 항공엔진 사업에 뛰어든 한화는 45년 만에 명실공히 부품 제작사로 자리매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처음엔 선진국 업체들의 부품을 조립하는 데 그쳤으나 이제 항공엔진의 평균 40%를 국산 부품으로 제작하는 단계까지 기술력을 발전시켰다.

한화는 글로벌 생산기지 사업을 확대해 독자 엔진 기술 개발 역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HAU는 글로벌 엔진 제작사와 장기부품공급(LTA)을 넘어 국제공동개발(RSP)까지 참여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5년 P&W와 RSP 계약을 체결해 독일 MTU, 영국 GKN 등과 함께 국내에선 유일하게 글로벌 최고 수준의 항공엔진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리즈 리네한 코네티컷 주의회 하원의원(가운데)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에서 열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HAU) ‘퓨처 엔진 데이’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김은경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HAU를 거점으로 원가 경쟁력이 높은 베트남 하노이, 경남 창원 등 각 사업장 특화 전략을 펼쳐 2032년까지 글로벌 항공엔진 부품 매출 2조9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특히 군수·민수엔진을 모두 담당하는 창원사업장은 향후 대한민국 독자 항공엔진을 기반으로 ‘한국판 항공 앨리’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항공엔진을 확실한 그룹 미래 먹거리로 안착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목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항공엔진은 조립하는 것마저 수십 년의 경험이 필요할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다”며 “업(業)의 특성상 개발 기간과 사용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긴 편이라 장기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단기 경제 사이클 변동에 따른 부침이 적고 엔진을 판매한 이후에도 유지·보수(MRO) 사업을 통해 주기적으로 현금흐름이 발생해 경제적 안정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주정부 지원 뒷받침…“한화, 일자리 창출 큰 기여”

HAU 설립 5주년을 맞아 진행한 이날 행사에는 네이트 미나미 HAU사업장장, 리즈 리네한 코네티컷 하원의원, 폴 라보이 코네티컷 주정부 제조업 책임자(CMO), 제시카 테일러 코네티컷 항공부품협회 대표 등이 참석해 코네티컷주가 항공 앨리로 거듭날 수 있었던 배경과 성공 사례를 조명했다.

코네티컷 주정부는 바우처 기금 운용을 통한 사업 지원, 정부 차원의 인재 양성, 기술센터 운영, 기업 컨설팅 등 다양한 산업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판 항공 앨리’를 조성하기 위해선 이와 같은 광범위한 정부 지원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리즈 리네한 하원의원은 조언했다.

폴 라보이 CMO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항공엔진의 25%가 코네티컷에서 생산된다”며 “코네티컷주는 제조업을 지원하는 9개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고 100명 이하 소규모 기업도 최대 25만달러(약 3억5000만원)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한화가 코네티컷에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한화 덕분에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게 됐다”고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국법인(HAU) 미국 코네티컷주 체셔 사업장 전경.(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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