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날 오후 한덕수 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들을 심의할 예정이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유공자법안은 자유민주주의의 숭고한 가치를 훼손하고 국가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오며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법안으로 대통령께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유공자법은 이미 특별법이 있는 4·19와 5·18을 제외한 다른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도 유공자로 지정해 본인과 가족에게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보훈부는 해당 법안에 민주유공자를 가려낼 명확한 심사기준이 없어 부산 동의대 사건이나 서울대 프락치 사건,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 관련자 등 사회적 논란으로 국민적 존경과 예우의 대상이 되기에는 부적절한 인물들이 민주유공자로 인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의 민주화 백서상 인원으로 대상자는 911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법 시행 이후 민주유공자 신청을 하게 되면 심사기준이 없어 유공자로 등록될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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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가보안법 위반자도 보훈심사위원회 심의에 따라 국가유공자로 인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국가정체성에 심각한 혼란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는게 보훈부 설명이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민주유공자 대상자는 15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의료·양로·요양 지원 외에도 민주유공자 본인 및 자녀가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른 ‘대입 사회통합전형의 대상’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른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입학 정원의 20% 이상 선발대상’에 포함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민주유공자를 제대로 가려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특별한 혜택이 주어질 경우 공정의 가치가 훼손되고 일반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켜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묘지 안장의 문제도 제기된다. 무고한 사상자를 발생시킨 부산 동의대 사건의 경우 희생자인 경찰과 가해자인 사건 관련자가 각각 국가유공자와 민주유공자라는 이름으로 보훈의 영역에서 함께 예우받고 안장될 여지가 있어 ‘국립묘지법’ 개정 과정에서 유가족의 반발과 이에 따른 갈등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강 장관은 “중대한 흠결을 갖고 있는 법안에 대해 추후 국회가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여야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주시기를 간곡히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