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 전망 대세였지만 전격 ‘연속 인하’ 단행
한은 금통위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25bp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내리면서 38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방향전환)을 결정할 때만 해도 연내 추가 금리 인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대내외 여건 변화 등을 감안해 성장률 방어에 무게를 두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두 차례 이상 연달아 금리를 내린 역대 사례를 살펴보면 국가적 위기가 발생해 실물 경제에 충격이 미친 후였다. 직전 사례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다. 당시 매 금통위 회의마다 금리를 인하했으며, 한 번에 100bp까지 내리기도 했다. ‘닷컴 버블’과 미국 9·11 테러가 겹친 2001년 7~9월에는 연속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성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지만 아직 그 충격이 현실화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연속 인하는 그야말로 이례적인 결정이다.
지난달 금통위 직후만 해도 ‘11월은 동결’이 시장 컨센서스였다. 한은이 지난 6월부터 강조해온 금융안정 위험이 아직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았고, 금통위원들의 3개월 내 금리 전망은 5대 1로 동결이 우세해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지난달 금통위 결정을 두고 ‘매파적(통화긴축 선호)동결’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미국처럼 빠르게, 큰 폭으로 내리진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만큼 일러야 내년 초에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원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 연 3.25% 동결을 예상했다. 이 중 4명은 만장일치 동결을, 나머지 8명은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올 것으로 봤다.
그러나 3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트럼프발(發) 정책 리스크로 수출 경기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대비 0.2% 역성장한 데 이어 3분기 GDP가 0.1% 증가에 그치면서, 그동안 성장을 이끌었던 수출에 대한 우려와 함께 내수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대두됐다. 특히 미국 대선 이후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우리 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인 수출이 위축될 수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통한 내수 부양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6일자 보고서에서 “주택 시장이 냉각되고 성장에 대한 우려가 심화하는 가운데, 이번 주 한국은행이 25bp 인하를 단행해 시장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예상보다 약한 경제 성장과 낮은 물가 상승률이 금리 인하 사이클을 앞당길 수 있다”며 “우리는 2025년과 2026년 한국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률에 대해 상당한 하방 위험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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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환율 영향 지켜봐야…다음달 FOMC에 촉각
시장에서는 한은의 선제적 금리 인하를 반기는 분위기지만, 가계부채와 환율 측면에서는 우려가 크다. 한은이 수차례 강조했다시피 성장과 금융안정이 상충관계(하나를 택하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관계)에 있는 현 상황에서 성장에 비중을 두면 금융안정 위험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9월에 둔화됐다가 10월에 재차 확대됐다,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확대 추이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주택 가격과 매매 거래에 금리가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확인할 시간도 없이 이번에 연속 인하를 단행하면서 자칫 가계부채 증가세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1400원을 두고 등락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도 부담이다. 외환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한미 금리차 역전폭 확대에 따른 달러 매수가 가세해, 환율이 전고점인 1410원선 위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다고 봤다. 이주원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완화적인 기조를 보일 경우 환율에 단기적인 변동성과 상방 압력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의 이번 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 역전폭은 175bp로 다시 확대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9월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하며 금리인하 사이클을 시작한 이후 11월에도 추가로 25bp 내렸다. 미국의 현 정책금리는 4.50~4.75%다. 당초 예상대로 다음달 초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25bp 인하를 단행할 경우 한미 금리차는 150bp로 줄게 된다. 간밤 미 상무부가 발표한 10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소폭 반등했으나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고 미 금리가 여전히 제약적인 수준이란 연준의 판단이 유지되고 있어 현재로선 12월 추가 인하 가능성이 동결보다 더 크다. 뉴욕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향후 미국 기준금리 기대치를 보여주는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의 12월 금리인하 확률은 64.7%로, 전날(59.4%)보다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