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이유 없이 오랜 시간 미뤄졌던 두 건의 재판 결과가 금주 중후반 잇따라 나온다. 윤미향 전 국회의원의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재직 시절 업무상 횡령 및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에 대한 14일 대법원 판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5일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판결이다. 2020년 9월 기소된 윤 전 의원은 2023년 9월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최종 판결까지 걸린 시간이 무려 4년 2개월이다. 윤 전 의원은 숱한 의혹과 비난 속에서도 세비를 꼬박꼬박 받아챙기며 21대 임기를 이미 마쳤다. “법원이 정의를 말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을 들어 마땅한 대표적 늑장 재판이다.
하지만 진짜 주목할 재판은 이 대표의 1심이다. 민주당은 2027년 대선 출마를 꿈꾸는 이 대표의 정치 생명에 최대 분수령이 될 이번 판결을 앞두고 대표 방탄에 총력을 쏟아 왔다. 대법원 최종심까지 갈 게 뻔하지만 벌금 100만원 이상이 선고되면 이 대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민주당은 2022년 대선 보전금 434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검찰은 2년을 구형했다. 검찰 압박에 올인했던 민주당이 사법부엔 내년 예산을 정부안보다 246억원이나 더 늘려주는 등 유화적 태도로 몸을 낮추고 법무부·검찰 예산은 487억원이나 잘라낸 것도 15일 선고와 무관치 않다.
민주당은 어제 재판부에 지지자 105만여 명이 참가한 무죄 판결 촉구 탄원 서명을 냈다. 공판일엔 법원 앞에서 5000여 명이 참여하는 무죄 촉구 집회도 열 계획이다. 이에 맞선 국민의힘은 어제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국민의 알권리”라며 생중계 촉구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여론몰이 대격돌이다.
법원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대표 1심도 선거법 270조의 강행 규정(1심 6개월, 2·3심 각 3개월내)을 현저히 위반했다는 점이다. 정치권 눈치를 살피며 1심조차 2년 넘게 늦춘 법원에 15일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한다”고 헌법이 규정하고 있듯 법원은 사회 질서와 정의를 바로잡는 최후 보루다. 뒤늦었지만 이 조문이 시퍼렇게 살아있음을 법원은 판결로 입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