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DMZ 지뢰제거 현장, "전방 500m에 6·25 당시 선배님들이…"

김관용 기자I 2018.10.03 17:33:45

軍, DMZ 내 화살머리고지 일대 언론 공개
유해발굴 위한 지뢰탐지 및 제거 작업 시작
원활한 유해송환 위해 12m 폭 도로 개설도

[철원=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비무장지대(DMZ)는 ‘불안한 평화’의 땅이다. 전쟁이 멈춘지 65년이 흘렀지만, 65년간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전쟁을 중단시키기 위한 완충지대이면서, 동시에 전쟁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모순의 장소’다. 적막감만이 감돌았을 DMZ가 모처럼 분주하고 활기찼다. 남북간 DMZ의 평화적 이용 합의에 따라 지뢰탐지 및 제거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군 당국은 지난 2일 남북 공동유해발굴 지역인 강원도 철원 DMZ 내에 있는 ‘화살머리고지’ 일대를 언론에 공개했다. 남북한이 DMZ 내의 6.25 전사자 유해를 공동으로 발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살머리고지는 휴전 직전이었던 1953년 6월29일부터 7월11일까지 국군 제2사단이 중공군 제73사단 병력과 두차례에 걸쳐 치열한 공방을 벌였던 곳이다. 백마고지에서 서쪽으로 3km 정도 떨어진 이곳은 철원 산명호 저수지에서 시작해 북서 방면으로 흐르는 역곡천변에 화살머리모양으로 돌출돼 있어 화살머리(Arrow Head)라 불렸다.

군 당국이 지난 2일 DMZ 내 화살머리고지 일대를 언론에 공개한 가운데, 지뢰탐지 및 제거 작전 시작점인 우리 군 GP에 있는 태극기와 유엔기가 휘날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교통호 주변 유해 상당수 매장 추정

화살머리고지로 향하는 GOP 소초 통문통제대에는 ‘남북공동 유해발굴 완전작전’, ‘조국의 품으로 반드시 모시겠습니다’, ‘선배님들의 숭고한 희생, 우리가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취재진을 맞았다. DMZ 출입구인 통문 주변에서 GOP 장병의 보고를 받는 유엔사 군사정전위 소속 군인 3명도 눈에 띄었다. DMZ는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사 관할지역이다. 이들은 지뢰제거 작업 기간 매일 나와 추가 조치를 확인하고 현장을 관리하고 감독한다고 한다.

통문에서 전술차량을 이용해 DMZ 내로 진입했다. 곧 폭 2m 남짓의 비포장 산악길이 나왔다. 10여분 쯤 가니 화살머리고지 인근 우리측 감시초소(GP)가 나왔다. 이곳이 지뢰탐지 및 제거 작전의 시작점이다. 화살머리고지는 계획하에 지뢰가 매설됐다는 기록이 없는 비확인지뢰 지대다. 그러나 두 차례의 격전 과정에서 기록에 없는 다량의 지뢰와 불발탄이 묻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해발굴 작업을 위한 지뢰탐지 및 제거 작전이 필수다. 현지 부대 지휘관은 “전방 500m에 6.25 전쟁 당시 선배님들이 작전을 했던 교통호가 있다”며 “거기에 유해가 많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지뢰탐지 및 제거 작전 구역은 두 곳이다. 길이 800m에 폭 4m인 1구간과 길이 500m에 폭 10m인 2구간이다. 교통호가 있는 2구간에는 유해가 많이 묻혀있을 것으로 예상돼 작전 면적이 더 넓다. 이곳 DMZ 우리 지역에만 국군 전사자 유해 200여구를 포함해 미군과 프랑스군 등 총 300여구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일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내 화살머리고지 인근에서 장병들이 지뢰탐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DMZ 내 도로도 개설…北도 지뢰제거 작전 시작한듯

지뢰 제거 작전 인원(공병) 80명, 경계임무를 수행하는 수색대대 4개팀 24명과 지뢰탐지 장비 총 31대가 투입된다는게 부대 측 설명이다. 지뢰제거 작업은 4단계 과정으로 이뤄진다. 구간별로 기존에 확보된 폭 2∼3m의 통로를 양옆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선 땅속 3m 깊이까지 탐지가 가능한 ‘숀스테드’가 1차 지뢰탐지 작업을 마치면 예초기를 이용해 잡풀 등을 제거한다. 이후 민감도가 다른 지뢰탐지기 2대를 통해 정밀 탐지를 한다. 다시 공기압축기를 이용해 미확인 물체 등을 탐지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작업 도중 지뢰나 불발탄 등이 발견되면 대기하고 있던 폭발물처리반(EOD)이 곧바로 투입된다. 해체 작업은 DMZ가 아닌 후방에서 이뤄진다. 현지 부대 지휘관은 “지뢰탐지 및 제거 작전은 전체 인원의 40%를 차지하는 숙련된 간부들이 전면에 나서서 한다”며 “3개월 전부터 지형 정찰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유해가 발견되면 이를 수습하기 위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인원들도 현장에 함께 했다. 비상상황에 대비한 응급구조팀도 배치돼 있었다. 지뢰제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수색요원들이 전·후방을 경계했다. 남과 북이 합의한 지뢰제거 작업 시간은 오전과 오후 각각 2시간이다. 지뢰탐지 및 제거 작전은 11월 말까지 계속된다. 이와 함께 도로개설 작업도 이뤄진다. 도로 개설 구간은 우리 측 GOP 인근에서부터 군사분계선(MDL)까지 총 1.7km다. 지뢰 등 폭발물로부터 안전한 방탄 굴삭기 5대가 투입된다는게 현지부대 지휘관 설명이다. 개설된 도로에 배수로와 전기 통신선 설치까지 완료되면, 유해발굴 남북공동사무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발굴 유해를 원활하게 수송하기 위한 용도다.

우리측 GP 높은 곳에 올라서니 전방에 북한 GP 3개가 보였다. 북한군의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군 관계자는 “북한도 지뢰제거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며 “북한의 경우 남쪽으로 향하는 작업 시작점이 화살머리고지 후사면에 있어 이곳에서 눈으로 확인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강원도 철원 DMZ 내 화살머리고지 인근 우리군 GP에서 바라본 북측 모습이다. 산 중간으로 북한의 경계철책과 왼쪽 산봉우리에 북한군 GP가 보인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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