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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남은 제21대 국회 내에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 추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다 못한 것은 22대 국회가 이어서 반드시 구체화시켜야 할 중요한 ‘대한민국 미래 의제’”라며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인구절벽”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출생률 0.7명이 곧 무너질 전망”이라며 “2006년 이후 17년 간 저출생 예산으로 380조원을 투입하고 있어도 오히려 합계출산율은 2006년 1.13명에서 2023년 0.72명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패한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분절된 정책 추진이 큰 원인이기도 하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중구난방식 대책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만 증명됐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인구절벽의 문제를 심각한 국가 위기 상황으로 상정해 장기 어젠다(의제)로 관리해야 한다”면서 “긴 안목으로 최소 15년에서 20년의 시간을 갖고 보육·교육·주택 세 가지 정책의 혁신에 집중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고 일관된 정책수단과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김대중 대통령은 외환위기 상황에서도 오히려 R&D(연구·개발) 투자를 늘렸다. 국가 미래를 위해 줄일 수 없는 투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인구 문제에 대한 투자도 결코 다르지 않다. 낳기만 하면 보육·교육·주택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획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특단의 정책이 현 정부뿐만 아니라 세 번, 네 번 매 정권마다 연속해 이어질 정책이라는 확신을 주고,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겠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며 “개헌안에 첫 번째 국가 과제로 보육·교육·주택 등 인구감소 대책을 명시하고 국민투표를 통해 정하면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이날 획기적이고 과감하게 투자를 확대하는 보육혁신이야말로 저출생 대책의 출발점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예비 부모들에게 ‘걱정 말고 낳아라, 우리 사회가 사랑과 정성으로 키운다’는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정부는 각계각층의 가용한 기관과 자원을 모두 동원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종교계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미 일부 보육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각 종교계가 함께 협력해, 학부모의 믿음과 신뢰를 확산시킬 수 있는 운영 모델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의장은 인구대책 위기 대응을 위해 사교육비 해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올해가 AI(인공지능)교육 혁신의 적기라고 봤다.
그는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사교육비가 총 26조원을 돌파했으며, 사교육 참여율은 78.3%에 달하고, 서울 기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71만원이라고 한다”며 “특히 한국경제인협회는 분석보고서를 통해 사교육비가 월 1만원 오를 때마다 합계출산율이 0.012명 감소한다고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교육비를 이대로 방치한 채 저출산에 대한 그 어떤 대책을 쏟아내도 백약이 무효일 것”이라며 “정부와 교육계는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고 공교육 혁신을 위해 AI 학습체계에 주목했다. AI학습 영역은 광범위한 데이터 공급과 개인정보 보호 등의 문제로 사교육계의 접근이 어려워 공교육이 강점을 갖는 분야”라고 짚었다.
이어 “이미 미국·영국 등 여러 국가에서 AI 학습을 도입해 창의성과 다양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공교육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교육부에서도 2025년부터 수학, 영어, 정보 과목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국회도 지난해 12월21일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특별교부금의 비율을 3%에서 3.8%로 조정하고, 상향된 비율에 해당하는 재원으로 교원에 대한 AI기반 교수학습 역량 강화 사업과 초·중·고 방과 후 학교사업 등에 한정하여 활용함으로써 디지털 교육격차 해소와 공교육 혁신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2024년에는 공교육 혁신의 일대 전환을 시도하고, 사교육 의존도를 조금이라도 낮추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이날 인구감소 문제에 따른 병력 감소와 노동력 부족 현상도 진단했다. 군 병력과 관련해서는 이스라엘의 엘리트 군인육성 프로그램 ‘탈피오트’를 언급하며 이른바 ‘한국형 탈피오트’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도 전국의 고교졸업자 중에서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고 국방부와 카이스트가 결합해 국방과학기술 인재로 키워야 한다”면서 “이들이 과학군·기술군의 선두주자가 될 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기술혁신과 벤처창업 확산에도 기여해, 안보와 과학기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또 이른바 ‘축소사회’로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서 재외동포 등 이민 정책을 전향적 접근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우선적으로 재외동포와 이민자에 대한 기존인식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면서 “이미 오랫동안 논의해 온 재외동포의 복수 국적허용과 이민청 신설, 이민자 유치 등 이민정책을 하루라도 빨리 과감하게 풀고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ODA(공적개발원조) 활용 방안도 노동력 확보와 연계해, 해외의 노동 인력을 우리가 직접 교육해서 국내로 데리고 들어오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예를 들면 폴리텍대학을 해외에 설치해 단기양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양질의 기술 인력을 맞춤형으로 키우고 우리나라의 기업이 똑같은 대우,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대우를 해준다면 불법체류의 문제도 해소되고 포용사회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다”면서 “축소사회로의 급격한 진행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도록 당국과 국회가 집중해서 힘을 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김 의장은 이날 개헌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 정치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서 개헌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이미 충분히 형성됐으나, 이번 국회에서도 개헌의 기회를 놓치는 듯 보인다”며 “뼈아픈 일이지만 그래도 개헌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최고의 정치개혁”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남은 기간 개헌절차법은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국가 위기를 막아내기 위해 저출생 문제 해결을 헌법에 못 박는 것이 꼭 필요하다”면서 “국가 미래 아젠다는 긴 시간, 국민의 확고한 지지 속에 일관되게 추진해야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이런 목적에서 1949년 이후 66회, 90년 통일이후 31회 개헌을 했다”며 “(우리나라도) 개헌을 위한 상설특위를 설치해 국회의원 임기와 무관하게 개헌 논의가 단절되지 않도록 하고, 국민참여회의를 구성해 공론제도 기반을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