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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금강산이 눈앞에"…평화와 공존을 기원하는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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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환 기자I 2026.10.27 0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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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기획-숲, 지역과 산촌을 살린다'(57)강원 고성 설악산 향로봉숲
금강산 1.2만봉 중 하나…백두대간 최북단에 위치
철책과 생태보호로 단단히 잠근 빗장…야생 동·식물의 천국
난쟁이 붓꽃·왜솜다리 등 멸종위기 야생화는 시드볼트 기탁

[편집자주] 산과 숲의 의미와 가치가 변화하고 있다. 가치와 의미의 변화는 역사에 기인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황폐화한 산을 다시 푸르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렵고 힘든 50년이라는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산림청으로 일원화된 정부의 국토녹화 정책은 영민하게 집행됐고 불과 반세기 만에 전 세계 유일무이한 국토녹화를 달성했다. 이제 진정한 산림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산림을 자연인 동시에 자원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데일리는 산림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을 탐방, 숲을 플랫폼으로 지역 관광자원, 산림문화자원, 레포츠까지 연계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100회에 걸쳐 기획 보도하고 지역주민들의 삶을 조명하고자 한다.

강원 고성의 향로봉에서 봐라본 금강산. (사진=박진환 기자)
강원 고성의 향로봉에서 봐라본 금강산. (사진=박진환 기자)
[고성(강원)=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영화 ‘파묘’를 보면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대사가 나온다. 즉 여우인 일제가 조선을 침탈하면서 민족 정기를 끊기 위해 한반도의 허리 정중앙에 말뚝을 박았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나오는 범의 허리 정중앙이 바로 강원도 고성 향로봉이다. 범의 허리는 백두대간을 말한다.

백두대간은 백두산 장군봉에서 시작해 금강산~설악산~태백산~소백산~속리산~덕유산 등을 지나 지리산 천왕봉에 이르는 큰 산줄기이다. 도상거리는 1625㎞, 실제거리는 2166㎞, 5416리나 되는 긴 산줄기이다.

강원 고성의 향로봉에서 봐라본 설악산. (사진=박진환 기자)
강원 고성의 향로봉에서 봐라본 설악산. (사진=박진환 기자)
백두대간 최북단…철책·생태보호로 단단히 잠긴 빗장

강원도 고성군은 대한민국 최북단으로 현대사의 상흔과 천혜의 대자연이 공존하는 특별한 지역이다. 강원도 동북부에 위치한 고성군은 북쪽으로는 세계적 명산인 금강산을 경계로 통천군과 접하고 있다. 동쪽은 동해, 서쪽은 향로봉을 경계로 인제군과 접하고 있으며 남으로는 속초시 장사동을 경계로 한다.

고성군은 분단국(國) 중에서도 분단 도(道)에 속한 분단 군(郡)이다. 광복 직후 38선으로 남북이 분단되면서 고성군은 전 지역이 북한에 속했다가 한국전쟁 중 일부를 수복해 대한민국 고성군이 됐고 미수복 지역의 명칭도 북한의 강원도 고성군이다. 고성에서도 높이 1296m의 향로봉은 명소 중의 명소이다.

향로봉은 금강산 1만 2000봉의 하나로 남한에서 오를수 있는 백두대간의 최북단에 있다. 고도가 높아 구름이 덮인 날이면 ‘향로에 향불을 피워놓은 형상으로 보인다’고 해서 향로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그러나 향로봉은 민북지역으로 민간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다. 민북지역은 민간인 통제선으로부터 남방한계선까지의 지역을 말한다. 여기에 천연보호구역이자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다.

철책으로 한 번, 생태 보호로 또 한 번 단단히 잠근 빗장이다. 철저히 잠긴 빗장은 1년에 단 하루 열린다. 강원도와 강원 고성군이 주최하는 백두대간 향로봉 평화 트레킹대회가 열리는 날에만 단 200명에게 향로봉을 볼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백두대간 향로봉 평화 트레킹대회는 진부령 정상 진부령미술관을 출발해 해발 1296m의 향로봉 정상을 되돌아오는 왕복 36㎞ 코스로 산악인들에게는 백두대간 종주를 위한 ‘꿈의 등반 코스’로 불린다.

강원 고성의 향로봉에서 봐라본 백두대간. (사진=박진환 기자)
강원 고성의 향로봉에서 봐라본 백두대간. (사진=박진환 기자)
희귀·멸종위기종 즐비…일부 시드볼트에 기탁

향로봉은 함경남도와 강원도 도계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금강산·국사봉·설악산·오대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허리를 이루는 산이다. 서쪽으로 큰까치봉·작은까치봉·건봉산·향로봉·둥굴봉·칠절봉·매봉산 등이 주봉인 향로봉과 연봉을 이루고 있다.

최북단에 있다보니 남한에서는 가장 추운 곳이다. 8월 평균기온도 17.5℃로 높지 않다. 2월 평균기온은 영하 14.5℃지만 절대최저기온은 영하 20℃에 이를 정도로 춥다.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남한에서 가장 많이 눈이 내리는 곳이다. 분단과 동시에 사람의 발길이 끊긴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인접지역은 역설적이지만 야생 동·식물의 천국이 됐다.

향로봉 정상부에는 주목·신갈나무·갈참나무 등 오랜 시간에 걸쳐 숲이 서서히 변화해 가는 천이 과정의 마지막 단계인 극상림을 이루고 있는 원시림을 볼 수 있다. 이 일대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만삼, 산작약, 왜솜다리 등이 집단적으로 서식하고 있으며, 국내 특산종인 금강초롱꽃과 식용식물인 참당귀, 곰취, 참나물 등도 다수 분포하고 있다.

허덕호 향로봉산림생태관리센터 생태관리원은 “신갈나무가 가장 많고, 분비나무 등이 일부 있다. 눈초백, 난쟁이 붓꽃, 왜솜다리 등 한반도에 자생하는 야생화가 많다”며 “희귀 자생식물은 채종한 후 키우거나 증식시켜서 연간 150~200종 정도를 시드볼트에 기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이 일대에서 자생하는 야생화를 활용해 폐군사시설을 복원에도 활용하고 있다. 하 생태관리원은 “난쟁이 붓꽃과 솜다리 등 야생화를 증식시켜 폐쇄된 군사시설 등을 복원할 때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백두대간의 최북단이지만 능선을 따라 조금만 더 가면 눈에 보이는 곳이 바로 금강산”이라며 눈에 보여도 갈 수 없는 금강산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향로봉산림생태관리센터 소속 하덕호·여동학 생태관리원이 향로봉 숲을 관찰하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향로봉산림생태관리센터 소속 하덕호·여동학 생태관리원이 향로봉 숲을 관찰하고 있다. (사진=박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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