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보다 진한 커피향의 유혹
루프탑 전망대 강릉펜션 당신의안목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커피거리
[이데일리 트립 in 정기영 기자] 해변에 도착 전, 바다의 풍경보다 먼저 여행자를 맞이하는 건 커피 냄새다. 약간의 비릿한 향부터 참기름을 짜듯 고소한 향까지. 커피 본연의 쓰고, 시고, 떫은맛이 담긴 한 잔의 커피는 우리 일상의 작은 쉼표가 된다.
강릉 안목해변은 남대천 하구 반대편 남항진에서 송정 마을로 가는 길목이라는 뜻을 지닌다. 원래는 ‘앞목’이었던 것이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발음하기가 어려워 ‘안목’으로 부르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왔다. 지난 2008년 농수산부에 의해 강릉항으로 변경됐지만, 여전히 이곳은 안목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는 곳이다. 바닷가 마을이지만 그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안목항에는 20척이 조금 넘는 어선들이 어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피서철이 끝나는 8월말이면 멸치들이 고등어에 쫓겨 해안으로 밀려들어 바가지로 퍼 담아도 가득 담길 정도의 장관이 펼쳐지기도 한다.
우리나라 힐링 해변 1위에 선정된 안목해변이 커피로 유명해진 것은 30여 년 전, 자판기 시절부터였다. 1980년대의 안목해변에는 상점마다 커피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자판기마다 주인이 달랐던 탓에 커피 맛도 달랐다. 해변으로 데이트를 온 강릉의 커플들 사이에서 이곳의 자판기 커피가 조금씩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횟집보다 더 많은 커피집들이 생겼나기 시작해 커피 명장들이 카페를 열기 시작했다. 첫 째는 물맛이 좋았던 덕분이었고, 두 번째는 바다가 예뻤기 때문이다.
강릉은 예부터 강원도 내에서도 물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물을 마시고 난 후 지저분한 잔 맛이 없어서인지 차 문화가 발달되어 있는데 안목해변의 커피 거리 조성은 이러한 강릉의 물맛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커피가 맛있으려면 원두가 좋아야 하지만 그보다 먼저 물이 좋아야 하는데 강릉의 커피 맛이 좋은 것도 이 때문이다. 커피거리 뒤쪽의 안목마을에는 이곳의 커피 거리를 나타내는 소박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공공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그려진 벽화는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찾는 골목으로 벽화로 유명한 통영이나 여수처럼 화려하지 않고 다소 밋밋하다고 말할 만큼 소박하다. 작은 앉은뱅이 의자, 깨끗한 골목으로 몇 걸음 걷다 보면 벌써 끝나버리지만 커피를 마신 후의 입안에 남는 잔향처럼 안목해변의 뒷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해거름 무렵, 강릉항 방파제에서 바라본 안목해변은 선자령을 배경으로 높지 않은 고만고만한 건물들이 층을 이루며 불을 켜는데 상점마다 다른 불빛이 아름다운 스펙트럼을 만든다.
카페 투어만 한다고 해도 지루하지 않는 안목해변에 신규로 오픈한 당신의 안목펜션이 눈길을 끈다. 커피거리에 있어 시간에 관계없이 펜션문을 나서기만 해도 어느 커피집으로 가야 하는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화이트 톤의 깔끔한 객실 인테리어가 돋보이며 전 객실 오션뷰로 바다를 바라보며 할 수 있는 스파를 즐길 수 있다. 펜션 옥상에 마련된 루프탑 전망대는 감성 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다. 객실 내에서 자이글을 이용해 개별 바비큐가 가능하며, 객실에서 일출을 볼 수 있다. 오픈 이벤트로 간단한 웰컴 조식 바구니가 제공된다.
새벽 5시에 오픈해 새벽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C. L , 베이커리 카페 키크러스의 타르트와 연탄빵, 스페셜티 전문 로스터리 카페 보사노바, 커피 원두를 강하게 볶아 커피 본연의 쓴맛을 볼 수 있는 보헤미안 로스터즈-박이추, 자칭 타칭 전국 제일의 커피라는 테라로사 커피,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케 하는 산토리니 커피의 핸드드립, 과일 타르트와 치즈 케이크가 유명한 엘빈 등 안목해변에서 맛볼 수 있는 커피는 다양하다. 그 외 다른 먹거리들도 많지만 이태리 화덕 피자&수제맥주는 가족, 연인이 식사하기 좋은 곳으로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