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천승현 기자]보건복지부와 제약업체가 새로운 약가인하 소송을 진행한다. 새로운 약가인하 제도가 도입된지 8개월이 지났지만 손실이 예고된 업체가 새 제도에 대한 수용 불가를 선언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의약품 수입업체 서울메디칼이 서울행정법원에 복지부를 상대로 약가인하 집행정지와 약가인하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 회사의 항생제 ‘후콜리스티메테이트주’는 오는 9월부터 보험상한가가 3만8000원에서 2만6600원으로 30% 인하가 예고됐다. 제네릭(복제약) 발매에 따른 오리지널 의약품의 가격인하가 적용됐다. 하지만 서울메디칼은 올해부터 적용된 새 약가제도에 따른 오리지널의 약가인하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복지부가 지난 1월부터 적용한 새 약가제도에 따르면 오리지널 의약품은 제네릭이 발매되면 종전 가격의 70%로 약가가 인하된다. 특히 1년 후에는 제네릭 발매 전의 53.55% 수준으로 약가인하가 한번 더 이뤄진다는 점이 새 약가제도의 핵심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제네릭이 발매되면 종전의 절반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지난해까지는 제네릭 발매 후 오리지널 의약품의 인하율은 20%에 불과했다.
서울메디칼이 소송을 제기한 배경이다. 이 회사는 후콜리스티메테이트주 한 개 품목만 판매하고 있다. 자사 제품의 약가인하가 현실화되면 적잖은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약가인하를 저지하기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선 셈이다.
약가인하에 대한 제약업체의 소송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제약사들이 약가인하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부분 자진 취하했다.
복지부는 새 약가제도를 기존에 판매중인 의약품에 적용하면서 지난 4월 건강보험 의약품을 14% 인하했다.
약가인하가 시행되기 직전 KMS제약, 에리슨제약, 큐어시스 등 3개사가 법원에 약가인하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현재 큐어시스만 약가인하 취소소송을 진행할 뿐 나머지 업체는 소송을 취하했다. 대부분의 대형제약사들도 약가인하 취소소송을 준비하다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소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만약 서울메디칼이 이번 약가인하 소송에서 승소, 약가인하가 보류되면 다른 업체들의 추가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관측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새 약가제도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면서 소송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