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의 인수합병(M&A) 규모도 적지 않다. 지넨텍의 인수규모는 437억달러에 달하고, 안호이저 부시 인수가격은 520억달러였다.
이렇게 대형 딜(deal)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신용위기로 죽어 있던 M&A 시장이 되살아나리라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미국 기업들이 줄줄이 외국 기업 손에 넘어가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주머니 넉넉한 외국기업 美 사냥 `본격화`
100억달러가 넘는 이런 메가 딜(mega deal)은 지난해 초만 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사모펀드가 주도하는 차입매수(LBO)가 대부분이었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이뤄졌던 M&A의 붐은 그러나 서브프라임 발(發) 신용위기와 함께 꺼져 버렸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세계 M&A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분의 1가량 줄어든 1조8600억달러에 머물렀다.
그러나 기업간 M&A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하고 있다.
신용위기가 오히려 저가에 우량 기업을 인수할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외국 기업들의 미국 사냥이 본격화되고 있다.
와이즈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리서치 부문 디렉터 마이크 부르닉은 "금융시장이 가라앉으면서 특히 올해 M&A는 늘어날 것"이라면서 "좋은 가치에 인수할 만한 매물이 많이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외국 기업들에겐 환율까지 도움을 주고 있다. 달러화가 약세 추세를 여전히 지속하고 있기 때문.
◇제약-항공 부문 M&A는 더 나타날 듯
물론 그렇다고 누구나 M&A에 나설 수는 없다. M&A를 감당할 만한 재무제표를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가 희석도 감수해야만 한다.
리링크 스완 리서치의 제약부문 애널리스트 윌리암 태너는 제약 부문에선 더 많은 M&A가 나타낼 수도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펀더멘털로나 대형 제약업체 사업의 역동성을 감안할 때 더 많은 M&A가 있을 것"이라며 "로슈의 지넨텍 인수는 꽤 적절한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더 하트포드의 수석 스트래티지스트 퀸시 크로스비는 "(인수를 원하는 업체들은)회사 발전을 가져올 수 있도록 강한 시장 점유율을 가진 기업들을 찾고 있다"며 "재무제표나 고객 리스트 등이 양호하고 해당 분야에서 강력한 위치를 갖도록 할 수 있는 기업들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인도 글렌마크 제약이 중대형 미국 제약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인수 대상을 물색 중이라고 인도 비즈니스 스탠다드가 보도하기도 했다.
◇은행 M&A는 `글쎄`..신뢰회복 전제돼야
그렇다면 과연 어려움에 처해 있는 미국 은행 부문에서도 M&A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을까.
올해 초 중동과 아시아 국부펀드들이 씨티그룹, 메릴린치 등 대형 투자은행 지분을 사들이면서 일각에선 외국 자본의 공습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기도 했다. 관련기사 ☞ (Buy 아메리카)①미국을 공습하는 외국자본
이후 JP모간 체이스의 베어스턴스 인수,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의 컨트리와이드 인수 등 미국 내부적인 M&A가 이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특기할 만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CNBC는 은행권의 부실 자산 상각 규모 등이 더 확실해 져야 M&A도 활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회장을 지내고 현재 LEGC 컨설턴츠의 매니징 디렉터로 있는 빌 이삭은 "현재로선 꽤 불확실하다"면서 "일부 인수주체들은 시장이 의문에 대해 판단을 내리기 전에 문제 상황에 빠져들지 않을까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수하려는 쪽에선 업황이 바닥을 쳤다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어 아마도 꽤 신중할 것"이라며 "BOA의 컨트리와이드 인수가 업계간 유사한 딜을 많이 촉발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경우가 없다"고 덧붙였다.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의 애널리스트 하워드 실버블랫은 M&A 활성화의 전제 조건은 신뢰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경제 상황이 나아져야 하고 신뢰가 회복되어야 한다"면서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나면 기업 이사회는 더 많은 리스크도 감수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