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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업은 펀드의 입출금 등 자금을 관리하는 업무를 뜻한다. 헤지펀드 운용사가 펀드를 설정하면, 판매사(증권사, 은행 등)를 거쳐 고객에게 펀드를 팔고 펀드 자산은 수탁사에 위임해야 한다. 수탁사를 둠으로써 펀드 자금의 흐름 등을 관리·감독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수탁 업무는 은행이 전담해 왔다. 증권사 또한 수탁 업무를 할 수 있지만, 대부분 대규모 관리·감독 인원을 채용하고 자체 시스템 개발에 어려움을 느껴 은행에 재위임한 뒤 수탁 수수료를 은행과 나눠 갖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NH투자증권은 이 수탁업무를 스스로 소화해 수수료 수익을 극대화한단 계산이다.
라임 사태 이후로 은행들이 수탁 업무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이 수탁 업무를 거절하면서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은행의 수탁 업무 회피가 늘면서 보통 펀드자산의 0.01%를 받던 수탁 수수료도 현재 0.1%까지 10배 가까이 오를 만큼 ‘수탁사’ 가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단 지적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자체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면서 직접 수탁 업무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전자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인력 영입에도 박차를 가해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직접 수탁 업무를 계획한 뒤 수탁 관리 경험이 있는 시중 대형 은행의 인력을 영입하고 있다”라며 “지금도 꾸준히 관련 인력을 모으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미 NH투자증권은 수탁업 분야에서 다른 증권사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신용공여, 증권대차, 컨설팅 등 필요한 업무를 지원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펀드순자산총액 규모에서 NH투자증권은 10조777억원을 기록 중이다. 시장 점유율만 26.1%로, 주요 증권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여기에 다른 증권사들은 라임 사태 이후 PBS 업무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 당분간 증권사의 직접 수탁 시장은 NH투자증권이 독무대가 될 것이라 전망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 2위인 KB증권도 직접 수탁 서비스는 계획에 없고, 미래에셋증권은 외려 PBS에 힘을 빼는 상황”이라며 “향후 몇 년 간 증권사 직접 수탁 업무는 NH투자증권만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