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10여년 전부터 서구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시작했지만 아직 확실한 성과를 거두고 못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선 금융·의료 등 일부 분야에만 마이데이터를 적용하고 있어 최근 한국이 사업 초반부터 유통 등에 확대하고자 하는 행보와 대조적이다.
1일 KDB미래전략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마이데이터 사업을 전개 중인 주요 해외 국가들은 영국, 유럽연합(EU), 미국 등이 꼽힌다. 2011년을 기점으로 영국과 미국이 관련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EU도 2018년 개인정보보호 법령 개정을 통해 마이데이터 사업을 본격화했다.
영국은 비자, 구글, 브리티쉬 가스 등 19개 민간기업들과 공동으로 ‘마이데이터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주로 에너지, 이동통신 등의 분야에서 소비자 정보를 디지털화해 제공하도록 2013년 ‘사업 및 규제개혁법’도 제정했다. 2014년엔 공공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정보공개법을 개정했고 2018년엔 금융 관련 개인정보를 API(특정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미리 정한 통신규칙) 형태로 제공하는 오픈뱅킹 정책도 시행했다.
미국도 민관 협력을 통한 ‘스마트공시’ 제도를 추진 중이며 금융 분야에선 민간 차원의 자율적인 데이터 공유를 진행 중이다. 마이데이터 영역도 확장했는데 주로 의료, 에너지, 교육 등에 집중하고 있다. 예컨대 자신의 의료기록이나 에너지 사용량 및 요금 정보, 교육비 대출 정보 등을 확인하는 수준이다.
EU도 2018년 ‘개인정보보호 규정’(GDPR) 이후 2021년 ‘결제 서비스 지침2’(PSD2)까지 시행하며 금융을 중심으로 정보 이동권과 보안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옥토, 스페인 스트랜즈 등의 데이터 연결업체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해당 국가들은 데이터 개방에 대한 각 주체 간 이해관계 및 시스템 미비 등으로 여전히 사업 전개가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보기술(IT)업계 한 관계자는 “영국만 해도 개인데이터 저장소를 운영하는 기업 ‘디지미’가 개인정보의 주체적 관리와 보안을 담당한다”며 “사용자들에게 과도한 데이터 관리 부담과 실질적인 서비스 부족 등으로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데이터를 조기 도입한 선진국도 사업 활성화에 난항을 겪고 있는데 한국의 마이데이터 확대 적용은 성급한 접근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해외에서도 유통업까지 마이데이터를 확대한 국가는 보기 힘들다.
IT 산업을 전문으로 하는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유통분야에 마이데이터를 적용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며 “국내 금융 마이데이터도 안착이 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이어 “정부도 유통업계가 우려하는 영업기밀으로서의 정보 가치, 정보 보관의 안정성 등의 불안감을 인지하고 조금 더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