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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주변 산유국까지 전쟁이 확전되거나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증폭될 경우 국제유가와 금리는 상승 압력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최근 이란이 하루 200만배럴 이상의 원유 수출을 하고 있어 그나마 국제유가 안정에 기여하는 상황인데 이란의 원유 공급 축소 여부가 가장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연구위원은 국제유가 시나리오를 세 가지로 나눠 분석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85~95달러 박스권에 머문다면 금리는 높은 박스권에서 한동안 머물 가능성이 높다. 작년 12월~올 7월 구간 월평균 유가가 해당 수준 이하였기 때문에 소비자 물가는 상승 압력에 노출될 것이다. 금리 인하 시점도 내년 하반기로 지연되고 장기 금리도 크게 하락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가장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다.
가능성은 낮지만 유가가 80달러선으로 하향 안정된다면 금리도 고점을 높일 필요 없이 시차를 두고 안정될 전망이다. 반면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한다면 금리도 추가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전까지 유가가 100달러 부근을 확인하더라도 결국 경기에 미치는 부담이 높아져 지속성이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전쟁으로 인해 공급 측면의 가정이 달라진다면 스태그플레이션 전망이 재소환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경우 물가, 금리가 다시 한 번 상방 압력을 받으면서 중앙은행의 추가 긴축을 자극할 전망이다.
조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채 장기금리 상승에서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 증가 우려에 대한 프라이싱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하원 의장, 내년 예산안, 미국 대선까지 재정 관련 소식도 금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쟁 관련 재정 부담도 여기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까지 군사 지원에 나설 경우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짊어져야 할 정치적 부담이 커 미국이 적극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수교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고유가 고착화, 군비 지출, 재정 부담 등도 걱정거리다. 한편에서 이런 상황들은 내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는 평가다.
크레딧 시장도 부담이다. 이경록 연구위원은 “유가, LNG, 석탄 등의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경우 전력, 가스를 담당하는 에너지 공기업에게 채권 발행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공사채 신용 스프레드 확대는 은행채 및 여전채 스프레드에도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크레딧 시장은 고금리 예금 만기도래, 공공자금 관리기금 회수 우려 등으로 어수선하고 약세 분위기인데 이번 사태가 고유가 장기화를 촉발할 경우 크레딧 전반의 스프레드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