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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적폐수사 칼잡이서 정권교체 주역으로[윤석열 당선]

박태진 기자I 2022.03.10 09:29:57

당선인 걸어온 길 ‘파란만장’…‘강골 검사’ 이미지 강해
중수부·특수부 요직 거쳐…좌천 후 최순실 사건으로 부활
조국 사태 때 문 정부와 대척점에 서…秋 전 장관과 불화
작년 3월 검찰총장 사퇴…정계진출 9개월 만에 靑입성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제20대 대통령으로 윤석열(61)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출됐다. 지난해 6월 정치참여를 선언한 지 9개월여 만이다. 정치신인 정치입문 불과 4개월여 만인 지난해 11월 5일 제1야당인 대선 후보 자리에 오른 그는 파죽지세로 대권까지 거머쥐었다. ‘0선 정치신인’으로서 한국 정치사에 또 하나의 이변으로 기록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을 찾아 당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 9수 늦깎이 검사, 참여정부 때 스타로 거듭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강골 검사’의 이미지가 강하다.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대학 교수 부부의 1남 1녀 중 첫째로 태어난 윤 후보는 유년 시절 경제학자의 꿈을 꾸기도 했으나, ‘더 구체적인 학문을 하라’는 부친의 권유로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5·18 민주화운동 직전 서울대 학생회관에서 열린 교내 모의재판에서 고(故) 전두환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뒤 외가가 있던 강원도 강릉으로 석 달간 피신한 일은 유명한 일화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9수’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하며 우여곡절 끝에 늦깎이 검사가 됐지만, 평범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들어 굵직굵직한 특수 사건에 투입되며 ‘칼잡이’로서 명성을 쌓았다. 뒤늦게 검사 생활의 꽃을 피우며 조직 내부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과 불법 대선자금 사건을 시작으로 현대차 그룹 비리 사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BBK 특검, 부산저축은행 사건, 국정원 댓글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해결하며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등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쳤다.

윤 당선인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은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 국회 국정감사에서 윗선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면서다.

검찰총장 시절 윤석열 당선인 (사진=연합뉴스)
당시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던 작심 발언은 윤 후보의 가치관을 상징하는 말로 남았다. 그렇게 일약 스타 검사로 떠올랐지만 이후 정부의 눈 밖에 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정권에 밉보여 지방 고검 검사로 좌천돼 4년여간 인고의 세월을 보냈으나,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는 ‘강골 검사’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켰다.

이 무렵 민주당 핵심 인사로부터 총선 출마 권유를 받았을 땐 “검찰에 남아 후배들을 챙겨야 한다”며 완곡하게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통 검사로서는 숨통이 끊긴 듯했던 윤 후보는 2016년 탄핵 정국을 맞아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소위 ‘촛불 혁명’의 공신으로 꼽히며 선배들을 제치고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됐고, ‘적폐 청산’ 수사와 공소 유지를 진두지휘하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을 끌어냈다.

윤 후보는 당시 특검 팀 내부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주장했었다고 훗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부침 많던 칼잡이, 광야로 나오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를 밀어붙이다 현 정부와 대립하는 모양새가 됐다. 검찰 수장으로서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당부를 문자 그대로 행동에 옮겨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밀어붙이다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이른바 조국 사태는 오늘날 ‘정치인 윤석열’이 있게 한 변곡점이었던 것이다.

이후 후임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충돌하며 ‘추·윤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을 시도하는 여권과의 정면충돌이 겹치며 현 정권과의 불화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았다. 이로 인해 윤 당선인은 야권을 대신해 현 정권과 대척점에서 싸워준 투사로 주목받게 됐고, 제1야당의 러브콜을 받게 됐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며 검찰총장 임기를 넉 달여 남기고 전격 사퇴했다.

지난 2020년 11월 국민의힘 경선 토론 모습. 왼쪽부터 윤석열, 원희룡, 유승민, 홍준표 후보. (사진=연합뉴스)
그로부터 118일간 잠행 끝에 지난해 6월 29일 정치참여를 공식 선언하고 다음달에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하면서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섰던 그는 자연스레 야권 대장주로 꼽히며,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여야를 통틀어 지지율 1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특히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 정신을 내세워 압도적인 정권 교체를 이뤄내겠다는 그의 출사표는 진보를 표방한 기성 정치 세력의 불공정과 내로남불에 지친 국민들에 카타르시스를 줬다.

주변에선 충청 대망론을 불어넣기도 했다.

윤 후보는 서울 사람이지만,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충남 공주 출신이고 논산의 파평 윤씨 집성촌에 애착을 가진 터였다.

그러나 여의도 문법에 익숙하지 않았던 만큼 초창기 적응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가족 비위 등 내용이 포함된 ‘윤석열 X파일’ 논란에 이어 과감하지만 서툰 화법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또 국민의힘에 입당한 후 이준석 대표와의 불화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전두환 옹호’ 논란 발언, ‘개 사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로 치명타를 입으며 인기는 하락세를 탔다.

지난해 11월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안정성을 무기로 내세운 ‘정치 베테랑’ 홍준표 의원이 당내 유력 경쟁 주자로 급부상하면서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열망은 결국 윤 후보에게 모였다. 그해 11월 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최종 득표율 47.85%로 1위를 차지하며 제20대 대통령 선거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대중 투표에서는 뒤처졌지만, 당원들의 열렬한 지지에 힘입어 2위 홍 의원을 6%포인트 이상으로 따돌렸다.

그러나 대선 준비 시간이 부족했던 윤 당선인은 대세론에 힘입어 경선 과정에서 16차례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선방했다. 홍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노련한 정치인들에 맞서 무너지지 않고 잘 버텨냈다 평가다. 윤 전 총장은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사실에 비하면 기대 수준보다 나은 역량을 보였고, 경쟁 주자 홍 의원이 끝내 ‘뒤집기 한판’에 실패하면서 윤 당선인은 결국 ‘대세론’을 지켜냈다. 당내 경쟁 주자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받으면서도 탄탄한 지지율을 유지하는 저력을 과시한 셈이다.

윤 당선인은 당시 “내년 3월 9일을 여러분이 알고 있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돌아오는 날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제1야당 대선 후보로 우뚝…대세론에 우위 지속

그는 이후 본격적인 제1야당의 대선후보로서 선거운동에 나섰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4개월간의 진검승부에 돌입했다. 이 후보에 비해 토론 능력과 행정 경험의 열세가 주된 과제였다. 하지만 본격적인 TV토론에 앞서 배우자 김건희 씨의 허위이력, 주가조작 의혹 등이 불거지며 최대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김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큰 문제가 없다는 여론이 일면서 오히려 가족 리스크를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연말 이 후보에 뒤처졌던 지지율은 올해 들어 다시 반등하며 오차범위 안팎에서 우위를 이어왔다.

대선 막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놓고 이 후보 측과 날선 공방을 벌였으나, 50%가 훌쩍 넘는 정권교체론을 등에 업은 윤 당선인의 대세론을 꺾지는 못했다. 더욱이 사전투표 직전인 지난 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단일화에 전격 합의하면서 사실상 승기를 굳혔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 당선인은 사회 분열과 갈등,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방역 체계 재정립, 일자리 창출, 외교·안보 문제 등을 수많은 과제를 떠안게 됐다.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공정과 상식’을 바탕으로 위기의 대한민국을 재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 8일 오후 부산 연제구 온천천 앞 유세 현장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프로필

△1960년 서울 출생 △충암고 △서울대 법학과 △사법시험 33회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 △대구고검·대전고검 검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 수사팀장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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