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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다시 잠잠해진 北…말폭탄이냐, 도발이냐

김미경 기자I 2021.08.18 11:00:00

한미 군 당국 연합훈련 시작 `4일차`
북한, 정작 한미훈련 시작되자 `조용`
"엄청난 안보위기" 엄포 놓더니 또 침묵
훈련기간 美대북대표 방한 의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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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다시 조용하다. 한미연합훈련 실시에 반발해 남북 간 통신선을 단절하고, ‘엄청난 안보위기’라며 말폭탄을 쏟아내더니 정작 훈련 4일차가 되도록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초 ‘군사 도발’ 우려와 달리 북측의 특이동향은 식별되지 않고 있지만, 군 당국은 상황관리에 초점을 두고 북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도 북한의 추가 반응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훈련 중 어떤 반응을 보이는 시기가 특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훈련 중에는 북한의 반응 태도를 더 면밀히 주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정말 도발할까, 아니면 말폭탄에 그칠까.

다시 잠잠해진 北…말폭탄이냐, 도발이냐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한미훈련, 규모 줄이고 ‘로우키’로…北 추가 반응 주목

한미 군 당국은 지난 10∼13일 한미연합훈련의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을 실시한 데 이어 16일부터 본훈련인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에 들어갔다. 주말을 제외하고 26일까지 9일간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로 규모를 축소해 실시한다.

병력과 장비가 움직이는 실병기동훈련은 없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필수 인원만 참가하는 식이다. 참가 병력 규모는 지난 3월 전반기 훈련 당시보다 줄어든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방어(1부)와 반격(2부)으로 구성된 훈련 시나리오의 기본 틀은 통상 수준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훈련 시작 이후 현재까지 공식 기관이나 당국자 명의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외견상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11일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의 담화 이후 북한 선전매체들을 통해 한미훈련에 대한 비난 보도를 이어갈 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미훈련이 끝날 때까지 북측 반응을 면밀하게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거나 새로운 유화 메시지를 내는 대신 북측의 태도와 반응을 살피면서 ‘상황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임기 마지막 8·15경축사에서 “비록 통일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남북이 공존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통해 동북아시아 전체의 번영에 기여하는 한반도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만 언급했다. 이전처럼 종전선언이나 철도연결, 이산가족 상봉 등 구체적인 남북 협력은 언급하지 않았다. 섣부른 제안을 내놓았다가 북측의 반발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광복절을 맞아 북측에 새로운 제안이나 유화메시지를 내기보다는 현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최근 김대건 탄생 200주년 남북 평화의 날 행사 영상 축사를 통해 프란체스코 교황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성사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만 말했다. 교황 방북 추진은 기존에 언급된 바 있는 의제다.

북한은 3월 25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 미사일 추정 발사체에 대해 26일 신형전술유도탄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참관하지 않았으며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겸 당 비서가 이번 시험 발사를 지도했다고 전했다(사진=평양 노동신문/뉴스1).
◇한미훈련 北 반발 속 성 김 방한 추진 의도는

주목해야 할 점은 한미연합훈련 기간(16~26일) 중 미국의 북핵협상을 총괄하는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가능성 여부다.

성 김 대표가 오는 21~24일 한국 방문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반도 상황관리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러한 외교적 타임테이블을 두고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 대표가 방한하면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한의 최근 동향을 공유하고 한반도 정세 대응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훈련과 관련한 북한 반응 등에 대한 대북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

외교가에선 김 대표가 방한 일정을 연합훈련 기간으로 잡은 건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연합훈련을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간주하고 도발 가능성을 언급한 북한에 대한 경고성 행보라는 것이다. 미국도 여전히 한미훈련은 ‘본질적으로 방어적인 성격’으로 북한에 적대적인 의지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며, 북한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일각에선 여전히 북한이 훈련 기간 동안 맞불 격으로 대규모 화력 훈련이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 시위를 감행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특히 성 김 대표의 방한에 맞춰 북한이 도발할 수도 있다. 실제 북한은 전반기 한미 연합훈련이 끝난 직후인 3월21일 서해상으로 단거리 순항미사일 2발을, 나흘 뒤엔 동해상으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각각 시험 발사한 전력이 있다.

물론 말폭탄으로 그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연합훈련 이후 한반도 외교 상황을 고려해 무력시위가 아닌 비난 담화문으로 상황 정리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통신선을 완전히 재차단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 연합훈련이 종료된 이후 남북관계를 다시 복원할 기회는 있다”며 “친서교환 등을 통한 방식이 다시 가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미 군 당국이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을 시작한 16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임진강변 북측에서 북한군이 초소 근처를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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