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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로증' 걱정 21돌 케이블, '행복한 부활절'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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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성 기자I 2016.03.26 10:07:00

성장 정체 넘어 조기 노화 걱정하는 케이블TV
결합상품 등에 밀려 IPTV에 자리 내줄 판
여전히 높은 영업이익률.."지금부터 투자하면 가능성 있어"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케이블TV는 1995년생이다. 사람으로 치면 갓 스물을 넘은 파릇파릇한 나이다. 가장 아름답고 예쁜 시기이기도 하다.

축하공연 장면
하지만 스물 한 살 케이블TV가 받은 25일 생일상은 그렇지 못했다. ‘응답하라 1988’ 등 케이블TV 채널들이 낳은 스타들이 구름처럼 학생 팬들을 몰고 왔지만 업계 관계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어렵게 낳고 키운 아들·딸인 ‘케이블TV’와 ‘채널사업자(PP)’들이 벌써 조로(早老)증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들 격인 케이블TV 방송사는 가입자 감소라는 주름살이 깊게 패였다. 딸 격인 채널사업자들은 제대로 먹지 못해 뼈와 살이 붙어 보일 정도로 말랐다.

이런 불안감은 케이블TV 사업자들이 모인 포럼장에서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케이블TV 업계 대표 단체인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25일 코엑스에서 21주년 기념식 부대 행사로 미래전략 세미나를 열었다. 조로증에 걸려 콜록거리는 케이블 업계의 대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공교롭게 이날(25일)은 기독교에서는 뜻깊은 명절중 하나인 부활절을 이틀 앞둔 날이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굿프라이데이(Good Friday)’였다.

성장 정체를 넘어 ‘조로’를 걱정하는 케이블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
미래전략 세미나 발제자로 나선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센터장은 케이블TV업계가 당면한 주요 위기로 가입자 감소와 가입자당매출(ARPU)의 하락을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IPTV가 1200만가구를 돌파하는 등 선전하고 있지만 기존 케이블 가입자들은 감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간한 방송산업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케이블TV 가입자는 2009년 1523만명을 기록한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1442만명이다. 7년이 안되는 기간 5.3% 감소했다.

반면 통신사들이 서비스하는 IPTV의 가입자 수는 급성장중이다. 2008년 영업을 시작한후 6년만에 1135만명을 기록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IPTV가 조만간 케이블TV를 제치고 국내 1위 유료방송 사업자 자리를 차지할 전망이다.

자료 : 방송산업실태조사보고서 (단위 만명)
통신 사업자 수익성의 바로미터인 월간 기준 가입자당매출(ARPU)도 감소세다. 케이블TV 업계 ARPU는 2011년 6781원을 기록한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14년에는 6044원으로 떨어졌다. 2015년에는 5700원대까지 떨어졌다는 게 업계 추정이다.

이에 케이블TV 사업자들은 홈쇼핑 수수료 등의 비중을 늘리며 감소한 수신료를 메우고 있다. 2014년 기준 케이블TV 사업자 매출은 3조4061억원으로 연평균 성장률은 6.5%(2009년 이후)를 기록했다.

이와 비교해 IPTV 3사는 같은 기간 46.7%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했다. 사업 초기(2009년) 2204억원이었던 IPTV 매출은 2014년에는 1조4983억원까지 신장했다.

이 센터장은 “후발주자 IPTV와 시장 선점자 케이블TV 간 경쟁력 차이는 결합상품 때문이란 게 다수 설”이라며 “IPTV는 모바일을 통한 지렛대(레버리지) 효과로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합상품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사가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 IPTV 등을 함께 가입하면 요금 할인을 해주는 서비스다. 이동통신 경쟁력이 취약한 케이블TV 업계 입장에서는 불리하다.

실제 이동전화(이동통신)가 포함된 결합상품 가입자 현황을 보면 2014년 3월 기준으로 SK텔레콤이 127만명이다. KT가 122만명, LG유플러스가 66만명이다. 케이블사업자는 1만7000명(알뜰폰 결합)에 불과하다. 모바일 시장의 지배력이 결합상품을 통해 방송 시장에 전이된 것이다.

게다가 SO(케이블사업자) 업계 1위 사업자 CJ헬로비전의 피인수는 케이블 업계 입장에서는 뼈아팠다. 아직 정부 심사중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CJ가 SO 업계 1위면서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꾸준히 냈던 헬로비전을 매각한다는 사실 자체가 케이블 사업자들한테는 충격이었다.

조로 원인?..결합상품 경쟁력↓, 투자 적기 놓쳐

케이블TV 업계의 위기 원인에 대해 이종관 센터장은 “정책적으로는 시장이 저가화·경품화되고 있는데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다, 신규 서비스에 대한 케이블 업계의 투자가 미흡했다”고 분석했다.

SO들은 최근 10년간 방송 매체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지만 신규 서비스 발굴에 소홀했다. 방송통신산업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SO는 매해 10%를 웃도는 영업이익률을 기록중이다. 올해들어 10% 초반대로 떨어졌지만 2012년까지는 20% 내외 수준이었다. 이에 반해 매출 대비 설비투자율은 2014년 기준 8.55%다.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 초고속 인터넷이 막 보급되던 시기에 하나로텔레콤의 매출 대비 투자비율은 1000%였다”며 “케이블은 디지털 전환 이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투자비율은 오히려 더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 환경 변화도 케이블TV 업계 위기감을 부추겼다. 인터넷 기반 동영상콘텐츠 서비스인 OTT 등 신유형 방송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가정형 방송 서비스 이용이 감소했다. 이른바 ‘코드커팅’이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지불 의사 하락’도 위기감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요금 기반 경쟁으로 굳어지면서 수익성은 떨어졌다.

이 센터장은 “케이블은 산업적 가치와 공익적 가치를 가진 몇 안되는 산업체”라며 “아직은 잉여가 남아 있을 때 020등 서비스 혁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맥스나 VR이 있지만 기술 혁신을 통해 산업 외연을 확대해야한다”며 “케이블TV R&D를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케이블 “행복한 부활 꿈꾼다”

SO업계 2위사인 티브로드의 성기현 전무는 “과연 케이블이 경쟁력이 없는거냐”라며 “그렇게 안 본다”고 반문했다. 성 전무는 “방송과 인터넷 각각으로 봤을 때는 통신사보다 경쟁력 있다”며 “외부적인 여건으로 결합상품이 (케이블) 위기의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케이블이 갖지 못한 모바일이 가장 큰 약점이라는 뜻이다.

성 전무는 “(일부 알뜰폰이 있지만) 모바일에 대해서 본원적인 경쟁력이 없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기현 티브로드 전무(이데일리DB)
그가 예를 든 사례는 미국의 KT 격인 AT&T와 유료방송업체 디렉티비 간 합병건이다.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는 두 기업간 합병 승인을 하면서 양사간 경쟁력이 상호 보완적이라는 점에서 이를 인정했다. AT&T는 통신에서는 경쟁력이 있지만 유료방송 분야에서는 낮았다. 디렉티비는 양방형성(통신)에서 취약했다.

성 전무는 “(두 회사의 합병을 승인한 사실에 대해) 우리나라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정부도 큰 차원에서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모바일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합상품에서 경쟁력이 밀리는 케이블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시장에서는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또 성 전무는 케이블TV가 변화의 시점을 놓친 게 위기의 주된 원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디지털미디어센터(DMC) 통합, 사용자환경(UI) 통합 등 얘기가 계속 나왔지만 타이밍을 놓쳤다”며 “뼈아픈 부분”이라고 전했다.

성 전무는 “사실 오늘이 금요일이고 부활절을 앞두고 있다”며 “2000여년전 예수가 수치스럽게 고통을 겪고 겪은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활절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이 굿프라이데이가 된 것”이라며 “해피이스터(행복한 부활절)처럼 미래에 희망이 있다면 오늘 이 날 굿프라이데이가 될 것”이라고 비유했다.

성 전무는 “행복한 부활절은 오도록 해야하고 꼭 와야한다고 본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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