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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방송은 6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샤우나 대니얼스가 지난주 평일에 허드슨 베이 컴퍼니(Hudson’s Bay Company·HBC)에서 판매 중인 ‘줄무늬’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뜬금 없이 쇼핑에 나섰다고 전했다.
1670년에 설립된 HBC는 캐나다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유통기업이다. 2008년 미국 사모펀드 NRDC에 인수되면서 미국 기업이 됐지만, 여전히 캐나다의 강인한 과거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HBC는 지난달 청산 절차에 돌입하며 현재 운영 중인 80개 매장을 모두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오프라인 산업이 쇠퇴한 데 따른 결과다. HBC는 백화점 임대료 및 공급업체에 대한 납품 비용 등을 제때 지불하지 못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맞물려 애국 소비를 촉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라고 발언한 데 이어 고율 관세까지 부과해 캐나다 국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캐나다 국민들은 HBC의 핸드메이드 울 담요부터 파티오용 우산까지 줄무늬가 들어간 모든 제품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른바 ‘스트라이프 사냥(hunting for stripes)’이다. 이에 300캐나다달러(약 30만원) 정도에 팔리던 HBC의 울 담요는 이베이에서 1000캐나다달러(약 100만원) 이상에 거래되기도 했다.
대니얼스는 BBC에 “HBC의 줄무늬 제품은 캐나다의 위대한 한 챕터를 상징하고 대표한다”며 “어린 시절 부모님과 도심에서 아이스 스케이팅을 하던 추억과 HBC 매장의 쇼윈도를 지나가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며 “HBC가 캐나다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을 상기시키는 영원한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BBC는 “HBC 스트라이프 사냥 열풍은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항하는 ‘캐나다산 제품 구매 운동’과 맞물려 국민적 자부심을 고조시키며 더욱 뜨겁게 번지고 있다”며 “일부 소비자들은 이러한 수요 급증이 브랜드를 되살리기릘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매 분석가인 브루스 윈더는 HBC의 부활 가능성을 낮게 점치면서도 “브랜드의 상징인 줄무늬가 캐나다에서 여전히 어느 정도 정서적 연결 고리를 갖고 있는 만큼 이를 다른 회사에 라이선스하거나, 작은 규모의 부티크 형태로 명맥을 이어갈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캐나다에서는 HBC 외에도 식료품부터 주류 등까지 전국적인 애국소비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2월부터 거의 모든 매장에서 ‘캐나다산을 구매하세요’라는 문구가 곳곳에 부착됐고, 일부 제품은 미국이 부과한 관세율(25%) 만큼 할인돼 판매되고 있다.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에선 미국산을 대체할 제품에 대한 정보 공유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캐나다 국민들 사이에서 ‘캐나다는 판매용이 아니다’(Canada Is Not For Sale)라는 문구가 적힌 모자의 판매량이 급증하는가 하면, 북미 아이스하키 리그에선 경기 도중에 양국 팀원들 간 주먹다툼이 발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