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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프랑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중남미·카리브해국가공동체(CELAC) 정상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스콧 모턴 교수가 EU 경쟁총국 수석 경쟁담당 분석관으로 지명된 데 대해 “의문이 많으며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업무를 맡을 유럽 연구자는 없느냐”며 “우리의 결론이 그렇다면 매우 걱정스런 일이며 학술 시스템의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모턴 교수가 유럽이 아닌 미국 출신이란 걸 꼬집은 말이다. 프랑스 정부는 수석 경쟁담당 분석관 후보로 스페인 출신을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U 경쟁당국을 이끄는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주 스콧 모턴 교수를 경쟁총국 수석 경쟁담당 분석관으로 지명했다. 수석 경쟁담당 분석관은 경쟁법 위반 사례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과 경쟁법 관련 규정 제·개정 실무를 이끄는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이 자리에 EU 회원국 출신이 아닌 인물이 임명된 건 스콧 모턴 교수가 처음이다. 임명 철회 등이 있는 않는 한 스콧 모턴 교수은 오는 9월 1일 수석 경쟁담당 분석관으로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매사추세츠공대에서 산업조직론으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스콧 모턴 교수는 미국 내 대표적인 경쟁·반독점 전문가로 꼽힌다. 2011~2012년엔 미 법무부에서 경제분석 담당 부차관보도 지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장 티롤 프랑스 툴루즈 제1대 교수는 “산업조직론 부문에서 전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라고 치켜세웠다.
문제는 스콧 모턴 교수가 비판받는 이유가 국적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찰스리버어소시에이츠란 컨설팅 회사에서 선임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회사에 자문을 제공했다. 최근 EU가 빅테크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스콧 모턴 교수가 수석 경쟁담당 분석관을 맡는 건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U 규정에 따르면 수석 경쟁담당 분석관으로 임명되면 지난 1년간 자신이 연관된 사건에선 손을 떼야 하기 때문에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반독점 활동가인 맷 스톨러는 이번 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 한 인터뷰에서 스콧 머튼 교수를 “빅테크의 트로이목마”라고 부르며 “대기업이 효율적이라는 게 그의 큰 철학”이라고 꼬집었다. 카트린느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도 스콧 모턴 교수의 지명 직후 “디지털 규제는 프랑스와 유럽의 핵심 의제”라며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 같은 지적에 베스타게르 위원은 이날 유럽의회 경제통화위원회에 출석해 “민간기업에서 경험은 자산이지 장애물이 아니다”며 스콧 모턴 교수를 옹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