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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김형욱 기자] 예상보다 빠른 남북경제협력 추진 속도에 경제부처도 바빠졌다. 본격적인 남북경협은 유엔의 대북제재가 풀린 이후 가능하지만 내달 북미정상회담 이후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 각 경제부처는 물밑 준비에 착수했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본격화한 남북경협은 2007년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 연 188건까지 늘며 정점에 달했으나 이후 하나둘씩 줄어 2016년부터 0건이 됐다. 남북 교역액 역시 2015년 반입액 14억5200만달러(약 1조5580억원), 반출액 12억5200만달러로 정점을 찍었으나 지난해 모두 0원이 됐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여파다.
◇“예상보다 진전…앞으로 경제부처 바빠질 것”
한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경제부처가 앞으로 바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론적인 수준에서 논의할 것으로 예상했던 경협 관련 내용에 도로·철도 연결 등 내용이 제법 포함됐다는 게 그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합의문에서 일부 경협 분야 내용을 포함했다. 두 정상은 “남과 북은 민족경제 균형 발전과 공동 번영을 위해 10·4 선언에서 합의한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며 “일차적으로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을 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7년 2차 정상회담 후 발표한 10·4 선언에는 △해주경제특구 개발 △개성공단 2단계 사업 △북한 철도 및 도로 개보수 △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 △백두산 관광단지 개발 등 경협 내용이 다수 담겼다.
어업 분야 협력 내용도 포함됐다. 양 정상은 “남과 북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 수역으로 만들어 우발 군사 충돌을 막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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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협은 원래 이번 의제에서 제외됐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공식 수행원에 포함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뚜껑을 연 결과 그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올해 남북 경협 준비를 위한 예산을 2480억원으로 지난해(1389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려 잡아놓았으나 이것도 부족할 수 있게 됐다. 관가 안팎에선 벌써 어느 부처가 남북 경협 컨트롤타워를 맡을지 얘기가 오간다. 이에 따라 부처별 조직·인사·예산도 달라진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가 운영됐다. 이 위원회는 2007년 10·4 남북공동선언 이후 부총리급인 남북경제협력공동위로 격상했다. 그러나 현재 기재부 남북경제과 인원은 다섯 명뿐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26일 “짧은 시간 이뤄낼 수 있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며 “남과 북이 협력해 서로가 가진 인·물적 자원을 활용한다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는 등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기대감을 내비쳤었다.
◇“유엔 대북 국제제재 여전” 신중론도
신중론도 있다. 남북 경협의 전제조건인 대북 국제제재는 여전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핵실험이 본격화한 2006년 이후 총 11개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이 풀리지 않는 한 우리나라를 포함한 어떤 나라도 북한과 교역할 수 없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합의문에 포함한 남북경협 내용은 선언적”이라며 “북미정상회담이 끝난 6월이 돼서야 방향이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남북 경협 속도는 북미 협의 결과에 달렸다”며 “우리는 남북 경협에 대한 남·남 갈등이나 우리 내부 시각차를 완화하는 데 더 신경 써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경협과 관련한 공식 행보에는 신중한 모양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합의안에 포함한 평화 수역이나 경제 교류 내용에 대해 “비핵화나 북미 협상 이후 진행 과정을 내다보면서 남북이 우선 해야 할 과제를 확인한 것”이라며 “지금 당장 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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