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경찰에 “생활 주변의 작은 불법부터 우월한 지위를 악용하는 ‘갑질횡포’,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헌법파괴 행위까지, 그 어떠한 불법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일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1회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우리나라는 GDP(국내총생산) 규모 세계 11위를 자랑하는 나라지만 법질서 순위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중 하위권인 27위에 머물러 있다”며 이처럼 밝혔다.
박 대통령은 “법 위에 군림하는 떼법문화와 도로 위 난폭운전, 불법파업과 불법시위, 온라인상 난무하는 악성 댓글과 괴담 등 일상 속에서 법질서 경시 풍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며 “법질서가 무너지면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먼저 가장 큰 피해를 당하고 불법과 무질서가 용인되는 사회에는 발전도 희망도 미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사회 전반에 법질서 존중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공명정대하고 엄격한 법집행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또 “최근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는 테러와 대형 재난 대응에도 경찰의 더 큰 역할이 필요하다”며 “얼마 전 지진도 많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는데 이렇게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테러와 재난은 신속하고 적절한 초동대응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찰은 112대응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정비해 단 1분 1초가 절박한 현장의 골든타임을 반드시 지켜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오패산터널 인근 총격전으로 순직한 고(故) 김창호 경감을 직접 언급, “정부는 경찰의 근무여건 개선과 사기 진작에 적극 힘쓰면서 특히 경찰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에서 임무에 임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법과 규정의 미비가 경찰 업무 수행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제도적 기반을 정비하는 일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철성 청장을 비롯한 경찰청 직원들, 경찰대·간부후보생·신임 순경 교육생, 의무경찰 등 약 2000명의 경찰이 참석했다.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과 전직 경찰청장, 순직경찰 유가족, 일선 경찰 가족, 자율방범대, 모범운전자회, 녹색어머니회 등 초청 내빈 1000여명도 자리를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