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콘강 건너는 고려아연·영풍…재계 "기업가치 훼손우려, 중재 필요"

김경은 기자I 2024.10.03 16:15:41

석포제련소 등 현안 해결 놓고 갈등 시작
영풍, MBK에 배타적 지분 인수권한 부여
치킨게임 치닫는 양측…경영 안정성 훼손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의 중장기적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나오면서 중재가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최윤범, “석포제련소 해결 돕겠다”…영풍 측 “진작에”

3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75년간 동업해온 고려아연과 영풍 갈등의 발단은 석포제련소 현안 해결을 놓고 양측의 의견 갈등에서 시작, 영풍 대표이사들과 장형진 고문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관련한 조사 과정에서 신뢰가 무너진 것이 결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2일 최현범 고려아연 회장의 기자회견에서 나온 화해 제스쳐 발언과 관련, “(영풍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겠단 의사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제안을 그냥 던진 것”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최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만약 영풍이 원한다면 우리는 석포제련소 현안 문제 해결에 기꺼이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며 화해를 제안한 바 있다.

석포제련소에서 2차 누출로 인한 비소 중독으로 노동자가 사망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영풍 대표이사 등 2명이 구속됐고, 관련 건으로 장형진 고문도 입건된 상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영풍이 MBK와 손을 잡기 전부터 양측의 갈등의 골은 이미 선을 넘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영풍은 이번 공개매수를 위한 경영협력계약을 통해 MBK파트너스에 사실상 배타적으로 고려아연 지분 인수권을 부여한 상태다.

영풍·MBK의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신고서에 따르면 영풍은 경영협력계약의 체결일로부터 10년간 보유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다.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을 MBK 외에는 팔 수가 없다는 뜻이다. 또 10년이 지난 이후에도 영풍은 MBK파트너스 측이 요구할 경우 보유한 주식을 넘겨야 하는 우선매수권도 부여했다. 즉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은 MBK 측과 강력한 계약조건으로 묶인 상태다.

이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양측이 상대방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배임과 허위사실 유포 등 10여건이 넘는다. 여기에 보도자료 배포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상대방을 노골적으로 비방해 오고 있다. 여기에 국정감사 기간 비방전도 더해졌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MBK, 공개매수가 인상?…치킨게임 치닫나

고려아연이 2조7000억원을 차입해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자사주 5.87~15.5%를 취득하고, 베인캐피탈이 재무적 투자자로 4300억원(지분 2.5%)을 투자키로 하면서 MBK 측도 대응에 나설지 주목된다.

고려아연이 전날 이사회를 열고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와 관련한 안건 등을 의결하고 주당 83만원에 베인캐피탈과 공동으로 최대 18%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4일부터 23일까지 20일간 자사주 공개매수에 들어간다. 영풍·MBK가 제시한 75만원보다 8만원 높다. 이에 MBK 측도 공개매수가 인상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MBK의 공개매수가 인상 결정은 4일까지다.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소각하더라도 기존 주주 외에 회사의 재무 상태가 악화한 건 불가피하다”며 “양측이 치킨게임을 중단하고 중재를 통해 화해와 협력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차입으로 회사의 총 단기차입금은 1조5888억원에서 4조2888억원으로 늘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면서 “자사주를 소각한다면 소각되는 자기주식 취득가격만큼 자기자본이 감소하게 된다. 회사의 부채비율에도 악영향이 있으며, 미래의 주주에 대한 배당가능이익의 재원도 줄어들게 되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윤범 회장의 대항 공개매수 발표 이후에도 고려아연 주가는 MBK의 공개매수가인 75만원 보다 낮은 71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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