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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SB는 국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기준으로 지난 4월 초안이 공개됐다.
경총은 “일반 재무제표 정보와 달리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는 데이터를 획득·관리하는 데 사회적으로 많은 비용과 노력이 요구되는 만큼, 우선순위를 고려해 기후 분야 공시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또한 파리협정 이후 국제적 공감대가 보편적으로 형성된 기후 분야부터 공시를 추진하고, 기후 분야 외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는 기업이 주제별로 선택하여 공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주요 쟁점사항 중 하나인 공급망 내 온실가스 배출량(스코프 3·Scope 3) 공시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총은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는 기술적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산업계 전체가 과도한 비용 부담과 그린워싱 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된다”고 진단했다.
기업들은 통일된 ‘스코프 3’ 배출량 산정 기준이 확립되지 않아 물리적 공시 부담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스코프 3 배출량 데이터가 대부분 추정치인 만큼 정보의 유용성도 낮아진다. 공급망 내 중견·중소기업은 배출량을 일일이 측정하기 어렵고, 설령 측정했다고 하더라도 그 값을 그대로 신뢰하기 어려워서다.
과도한 비용 역시 문제로 꼽힌다. 경총은 재계 순위 20~30대 그룹 기업에서 스코프 3 배출량 공시를 위한 내부 준비에만 연간 최소 3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검·인증 비용과 원재료별 전과정 평가(LCA) 데이터 수집 비용 등까지 포함하면 금액은 더 커질 전망이다. 경총은 “한 식품회사의 경우 대상 원재료 품목 수에 따라 80억~600억원의 데이터 측정 비용이 별도로 소요된다”고 했다.
경총은 기준서 제101호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한 추가 공시사항’에 대해 철회를 요구했다. 기준서 제101호 채택 시 ‘지속가능성’ 개념이 과도하게 확장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내용상 국제적 정합성도 떨어지며, 부처별로 기업 정보공개 제도가 이미 있는 상황에서 중복공시 부담만 확대되기 때문이다.
공시 의무화 일정과 관련해 경총은 “올해 말 공시기준이 확정되더라도 기업 현장의 안정적 공시 시스템 구현과 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 및 기반 조성까지 갈 길이 먼 만큼, 2028 회계연도부터 ‘거래소 공시’를 적용(2029년 공시)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경총은 공시 의무화에 앞서 정부와 관계기관이 준비해야 할 과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회계기준원의 공시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은 만큼, ‘세부기준’과 객관적 공시 방법론을 담은 ‘공시기준 활용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 산업통상자원부가 민관합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산업 공급망 탄소데이터 플랫폼’ 구축이 2026~2027년에 완료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회계기준원의 공시기준 공개초안 발표 이후 경총은 ESG 경영위원회와 실무위원회를 수차례 소집해 공시 준비 상황과 여건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왔다”며 “국제 동향도 살펴야겠지만, 국내 현실에 부합하는 ‘한국형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마련을 위해 정부가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